작성일 : 14-12-01 11:27
[71호] 인권포커스 - 어느 경비노동자의 죽음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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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l 회 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노동자가 입주민들의 모욕적인 언사와 비인간적인 대우로 분신을 시도한지 한 달 만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지고 말았다. 얼마나 억울하고 참기 힘들었으면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생각하면 못내 마음이 답답하고 더불어 살지 못하는 우리네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사태는 일견 예정돼 있지 않았나 싶다. 지난 2006년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이유로 최저임금법이 통과된 후 2007년부터 최저임금의 70%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전국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의 10%이상이 무인 차단기가 설치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 적용은 2008년 80%, 2012년 90%로 그 폭이 인상되었고 2015년부터 100%의 임금으로 인상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이 인상되는 만큼 반대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경비업 협회의 주장을 볼 때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있다.

또한 일자리의 축소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신분상의 불안정이 갈수록 심화돼간다는 것이다. 근로계약의 경우 일 년에 한 번씩 하던 것이 요즘은 거의 모두 6개월이나 5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하고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돼 근무의 스트레스가 더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다보니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처우개선을 위해 만든 법이 외려 입법 취지에 반해 당사자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보니 아파트 입주자나 업계 양쪽에서 모두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경비의 업무를 보면 기본적인 경비 순찰업무부터 출?퇴근 시 차량유도, 주차관리, 택배화물 수취 그리고 입주자 간의 야간소음 민원처리, 주민 물품 엘리베이터까지 들어주기, 재활용 물품처리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입주민들의 보는 눈에 따라 근무성적이 다를 수 있고 다음 계약 시 불이익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또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아파트에서는 편법으로 야간 취침과 식사 시간 등을 임금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임금의 인상을 억제해 왔는데 이러한 상황을 잘 모르는 입주민들은 이를 오해하여 근무태만을 지적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하였다.

현행 대부분의 아파트 관리에 대한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입주자 대표회와 관리사무소로 나눌 수 있다. 경비와 청소부는 관리사무소에 속해서 근무하는데 관리사무소는 보통 직영이 있고 위탁업체와 계약하여 관리하는 방식으로 구분되어진다. 일반적으로 300세대 이상은 모두 후자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비나 청소는 또 다른 위탁을 하는 실정이고 거의 해마다 계약이 갱신되는데 입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 재계약은 힘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근무 시에 입주민들의 불합리한 요구도 거부하지 못하며 간혹 비인간적인 처우에도 항의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 몇 년이 가도 근무자가 바뀌지 않는 아파트도 있다. 이러한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회와 관리사무소간의 소통이 유기적이고 관리업무의 공개를 통한 투명성이 돋보이는데 먼저 입주자의 민원은 관리사무소를 통하여 접수되고 처리결과를 신속히 통보하며 불합리한 민원이나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사안은 입주자 대표의 이름으로 거부되고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공개한다. 관리실이나 경비, 청소 근로자에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아 근무의 성적도 좋아지고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향상으로 나타나니 입주민들에게도 살기 좋은 아파트로 인식이 되고 있다.
 
경비?단속직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근로조건에 대해 이해나 아파트 관리에 대한 입주자 대표회와 관리사무소와의 소통 등 입주자 대표나 주민들에게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서로 소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규칙을 세워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많이 발생하는 층간소음, 주차시비 등은 조금씩만 양보하고 배려하면 다툼이 최소화 할 수 있고 늘어나는 공동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관련 논란이 경비나 청소원에게도 기본적인 인권과 정상적인 근로기본권이 보장되고 처우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기원하며 분신하신 분의 극락왕생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