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0-30 16:50
[70호] 회원 글2 - 횡단보도앞에서
 글쓴이 : 경화
조회 : 9,442  

김창원 l 회 원 

아침, 저녁 출퇴근길이면 만나게 되는 횡단보도가 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다.

일단 그 앞에 서서 발걸음을 멈추고, 좌우로 고개를 돌려 차가 오는지 본다.
돌진해 오는 차들의 간격을 보고, 속도도 가늠한다.
그리고 틈을 포착하여 재빠르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가끔 화가 난다.
횡단보도가 있으면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사람이 지나가면 일단 정지하여 사람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바로 앞 도로에는 차가 없다.
중앙선 너머 건너편 도로에는 차들이 한참 줄을 이어 지나간다. 발을 들여놓고 중앙선까지 갔는데 차들의 행렬이 멈추지 않는다.
한참 후 차한대가 횡단보도를 지나서 보도 쪽에 깜빡이를 켜고 서있다.

차 행렬이 지나간 후 중앙선을 넘어 횡단보도를 건넜다. 기분이 영 찜찜하다.
깜빡이를 키고 정차했던 차에서 ‘빵빵’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려보니 친구다.
같이 가자는 말에 옆 좌석에 올라타니 ‘왜 중앙선에 서있었느냐?’묻는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을 때 운전자들의 반응을 테스트하고 싶었다.” 했더니 ‘목숨 가지고 테스트 하지 말라’한다.

친구의 답변에 쓴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인정했다. 오늘 몸으로 확인했다고…

도로에서 보행자는 약자다. 약자인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횡단보도에서조차 보행자는 눈치를 봐야 한다.

도로교통법 2조 12항을 보면 "횡단보도"란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로 표시한 도로의 부분을 말하며, 30항에는 "일시정지"란 차의 운전자가 그 차의 바퀴를 일시적으로 완전히 정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지방경찰청장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으며, (도로교통법 제10조),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 정지하여야 한다고(동법 제27조 보행자의 보호)되어있다.

법은 법으로 존재할 뿐, 약자로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앞에 강자(차량)들의 행렬이 다가오면 보행자는 발걸음을 멈춘다. 그래도 보행자가 힘의 우위를 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보행자들이 시위대열 등 수적우위를 점하여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다.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고, 정지선을 넘지 않은 채 한참동안 멈춰 선다.

그러고 보면 약자들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결’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