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7-28 09:35
[68호] 인권포커스-어떤 어려움이 와도 참교육 한길, 자주성 포기하지 않을 것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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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오 l 전교조 울산 지부장

“설마를 모두 현실로 바꾸는 정부”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이 했던 모든 약속이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모두 휴지조각이 되더니, 진보정당 의원을 내란음모죄로 구속시키고, 우리 헌정사상 초유라는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하는 정부. 상식 있는 사람들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가장 응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그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지난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판결이라는 형식으로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설립취소처분에 불복해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통보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 주었고, 이에 따라 2013년 11월 13일, 동일한 재판부가 고용노동부의 행정처분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으로서 유지되던 전교조의 노동조합법상의 지위가 상실되었다.
이 판결로 지난 1989년 5월 28일 창립되었고, 99년 7월 1일자로 합법화되어 25년 동안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해 왔던 전교조의 법적인 지위가 박탈되어 전교조는 법외노조(전교조에서는 이를 “헌법상노조”라 부름)로 활동하게 되었다.
박근혜정부에 의해 쓰레기더미 속으로 처박힌 민주주의의 흑 역사가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해고자 9명의 존재가 6만 노동조합의 법적지위를 박탈하는 이유란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이미 일정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대선토론회에서 전교조를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주범”이라고 몰아 부칠 때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였기는 하다. 그러나 그 탄압의 정도가 노동조합의 법적지위를 박탈해 해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설마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던 것이다. 출범 초 노동부 관료들이 설립취소 얘기를 솔솔 흘리더니 추석연휴가 지난 2013년 9월 23일 전격적으로 설립취소 처분을 단행했다.

이유는 법률적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고자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어 6만 전교조의 자주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으니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상의 법적인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게 정부의 논리이다.
 
“남에게 의지함이 없이 제 힘으로 처리해 나가는 성질”

자주성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 뜻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주체는 분명 해당 노동조합 자체일진데 왜 정부가 나서서 불필요한 심판관을 자처하는 것일까?
그것도 87년 6월항쟁으로 사라진 노조해산권을 대체하기 위해 노태우정권의 국무회의가 슬쩍 만들어 놓은 대통령령에 있는 행정처분을 무기삼아 전교조를 표적 탄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전교조가 진정한 자주성을 가진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민주정부 10년에도 전교조는 투쟁을 멈춘 적 없어.

99년 7월 1일자로 합법화된 이후 전교조에게는 합법적인 조직 활동을 위한 아주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정권과 항상 불화했다. 민주정부 10년 기간에도 전교조는 정부와 교육정책을 두고 항상 긴장과 대립관계를 유지했다. 네이스 저지, 일제고사 폐지, 교원평가 반대 등 교원들을 옥죄고 통제하려는 그 어떤 정책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민주정부 10년 기간에도 전교조의 해고자 수는 늘어만 갔다.
박근혜정부가 전교조의 사실상 해체 작업에 나선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전교조가 진정한 자주성을 가진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어떤 회유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희생과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는 전교조에 대해 박근혜정권이 내린 최후의 탄압이 설립취소인 것이다.

고난의 길을 가는데 조합원 70%가 동의하는 조직

2013년 10월 초, 전교조는 6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어떤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지, 조직의 법적인 지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0%에 가까운 조합원이 압도적인 거부를 함으로서 전교조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좀 힘들고 희생이 예상되더라도 처음 세웠던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조직, 외부의 그 어떤 탄압이나 간섭에도 굴하지 않는 조직, 그래서 적당히 길들일 수 없는 조직, 그것이 전교조다.

박근혜정부의 이성을 잃은 탄압,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

박근혜정부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대단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원천적인 부정선거로 당선되었고, 당선이후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파시즘적 탄압에 몰두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탄생은 우리역사의 매우 치명적인 퇴행이다.
긴 인류역사에서 역사적 퇴행이 여러 번 나타났지만 역사는 길게 보아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의 흐름 같은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그를 둘러싼 친일매국세력이 전교조를 해체하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해 영구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다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 한 가지. 전교조라는 조직은 탄압으로 결코 굴복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어떤 이익도 바람 없이 참교육과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달려가는 6만 조합원, 그리고 전교조를 단지 하나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상징이라 여기는 수많은 민중들이 있어 전교조는 조만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다.



※ 글을 쓰신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