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5:35
[61호] 편집위 생각? - 내 안의 이중 잣대
 글쓴이 : 섬균
조회 : 9,111  

내 안의 이중 잣대

“향기가 나쁘다고 해서 며칠 동안 생각해 보았다.” 오랜 세월 알고지낸 형님 한분이 만나서 던진 첫마디입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이야기 합니다. 수확시기가 달라서, 수확할 때 환경, 정유시 차이 등등.... 정말 고민이 많았는지 너무나 진지합니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마디 했습니다.
“향기가 나쁜 게 아니라 본인과 맞지 않은 거겠지요.” 그리고는 작은아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휘발유 냄새가 싫은데, 작은 아이는 좋다고 주유소에 가면 항상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나와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바꾸어 놓고 있지는 않을까요? 아니 자신의 편의대로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는 있지 않을까요?
정년퇴직하고 새롭게 사회활동을 시작하시고 계시는 우암 선생님께서 ‘로맨스와 스캔들의 차이’란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이분이.......???’ 속질문을 던지며 열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열 가지 내용이 열거되어있습니다.

1. 몸가짐
남의 딸이 애인이 많으면 행실이 가벼워서이고, 내 딸이 애인이 많으면 인기가 좋아서이다.

2. 교육
남이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치맛바람 때문이고, 내가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

3. 며느리와 딸
며느리에게는 "시집을 왔으니 이집 풍속을 따라야 한다.". 딸에게는, "시집가더라도 자기 생활을 가져야 한다."

4. 용돈
며느리가 친정 부모한테 용돈 주는 것은 남편 몰래 돈을 빼돌리는 것이고, 딸이 친정 부모한테 용돈 주는 것은 길러준데 대한 보답이다.

5. 남편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 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

6. 아들
남의 아들이 웅변대회 나가서 상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주는 상을 어쩌다 받은 것이고, 내 아들이 웅변대회 나가서 상을 받으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7. 훈육
남이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문제아 만드는 것이고, 내가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기를 살려 주는 것이다.


8. 반항과 소신
남의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 내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자기주장이 뚜렷해서이다.

9. 부부싸움
며느리가 부부싸움을 하면, "여자가 참아야 한다." 딸이 부부싸움을 하면, "아무리 남편이라도 따질 건 따져야 한다."

10. 꾸지람
남이 내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이성을 잃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고, 내가 남의 아이를 꾸짖는 건 어른 된 도리로 타이르는 것이다

신문지면을 오르내리는 기사들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교학사 국사교과서 문제, 철도파업에 대한 대응, 조오영?조이제 진술, 국정원 댓글, 북한 변화....
기준을 잡기위한 공론화 과정이 없습니다. 각자의 잣대로 선을 긋고 단정하고 이야기 합니다. 당연히 들이대는 기준에는 합리성이나 객관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상대방에 대해 전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그러니 “왜 믿지 못하느냐. 믿어라” “너네는 원래 반대를 위한 반대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외면합니다.
내 안의 이중 잣대는 오늘도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기방어기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