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5:23
[60호] Report - 기업과 인권 네 번째 이야기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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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인권 네 번째 이야기
- 한국 기업의 인권경영 현황 -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연구소




1.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서 본 한국기업의 인권경영현황

GRI와 ISO26000의 인권 및 노동 관련 항목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평가해 봄으로써 기업의 인권 관련 보고수준을 살펴보면, 그 특징과 의미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30대 기업 중 19개 기업만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도 우리 기업의 인권경영현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평가 항목을 노동 관련 분야와 인권 관련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면, 노동 관련 분야의 보고수준이 인권 관련 분야의 보고수준에 비하여 높게 나타난다.

셋째, 대다수 기업들이 노동인권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다. 기업들은 임직원의 현황을 성, 고용유형, 지역 등을 기준으로 상세히 보고하고 있고, 퇴직현황에 대해서도 대체로 잘 보고하고 있다.

넷째, 인권과 관련하여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기업이 자신의 입장을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으며, 차별 금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잘 보고하고 있다. 특히 남녀차별, 성희롱 등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음을 보고서 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섯째, 인권 관련 항목에서 특별히 보고가 미진한 분야는 GRI에서 인권심사(HR1), 공급망 관리(HR2), 보안인력(HR8), 원주민 권리(HR9), 인권영향평가(HR10), 그리고 ISO26000에서 실천점검의무, 인권위험상황, 공모회피 등에 관한 사항이다.

여섯째, 고충처리제도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적인 제도 수립과 운영에 대해서 언급은 하고 있지만, 보고서 상에는 그 현황 및 적극적인 심사에 관한 내용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종합해 보건대, 인권경영과 관련하여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30대 기업 중 보고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인 63%를 만족스러운 수치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대다수 기업이 국제적인 기준을 고려하는 가운데 기업 활동과 관련된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 관련 항목은 비교적 상세하게 보고되고 있지만, 인권 관련 항목은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의 금지 등 아주 기초적인 내용 이외에는 거의 보고가 없거나 부실하다. 특히 인권경영과 관련하여 최근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영역에 대하여 거의 언급이 없는 것은 문제이다. 통상 보고서가 기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다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의 기업에게 인권경영의 개선 여지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2. 주요 경제단체의 인권경영 지원활동


몇 가지 특징을 요약하여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권경영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경련의 경우 사회공헌팀에서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사업수행의 중심에는 사회공헌활동에 놓여 있었다. 사회공헌활동은 인권경영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기보다는 기업의 자선활동에 가까웠다. 대한상의의 지속가능경영원의 경우 인권경영의 문제보다는 환경 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었으며, 노동문제는 인권문제와 다른 범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경총의 경우에는 노동문제에 치중하면서도 인권이라는 맥락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활동에 있어서 관련 정보의 제공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보면, 경제단체에게 ‘인권’ 또는 ‘인권경영’의 용어는 아직 익숙치 않았다.


둘째, 인권경영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에 있어서 정부의 개입에 대하여 신중론의 입장을 강하게 개진하였다. 이는 개별 기업의 방문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 사실이다. 특히 경총은 기업과 인권과 관련된 정부의 직접적?간접적 개입은 신중해야 하며, 새로운 규범의 도입에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나아가 기업의 인권경영 현황에 대한 조사 내지 평가도 자칫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렇다고 모든 종류의 규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거친 규제에 대해서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