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5:03
[59호] 여는 글 - 분단의 아픔이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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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이...



이영환 l 편집위원장

내일 모래면 평생의 그리움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는데 ‘이산가족 상봉 무기한 연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발표에 비몽사몽 혼 줄이 나간 것 마냥 십여 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도무지 현실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다.
한바탕 일장춘몽이라 생각하고 훌훌 털고 싶은데 65년이라는 세월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아마도 평생의 응어리가 가슴 한편에 콱 틀어박혀 해소되지 않아서 이리라.

그래도 자손들 보기에 민망하여 헛심을 내보는 노인네는 적십자에서 보내온 막내 여동생과 조카의 생존과 손아래 두 동생의 사망소식을 담은 통지서를 백번도 더 보고 또 보고하며 혹여 누가 볼세라 속울음을 삼킨다.
벌써 나이가 86이고 보니 언제 저세상으로 갈지 알 수 없지만 평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여동생을 얼싸안고 펑펑 울어 봤으면 원이 없겠다.

반공포로 출신이라 이산가족 상봉 신청은 10여 년 전부터 했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던 터인데 막상 순번이 되고 북에 두고 온 동생의 소식까지 듣고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세상 모든 게 고맙고 또 감사함뿐이었다.

또 방송과 신문에는 왜그리 많이 보도됐는지 같은 말을 워낙 많이 해서 외울 지경이었고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축하받기 바빴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매일같이 자식들에게 전화해서 혹시라도 좋은 소식 있는지 묻고 또 묻는다.
자식들도 답답하기는 매일반이다. 혹시라도 영감께서 기력이 쇠하셔서 탈이라도 날 것 같아 노심초사하며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북에서 다시 상봉하자는 연락이 오기를...
이상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되면서 겪은 반공포로 출신의 한 노인의 아픔을 보면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라며 하루라도 빨리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