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12-29 01:43
[180호] 여는글 - 세밑에...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881  

세밑에...

이영환


세밑입니다.
원단(元旦)에 무엇을 하겠다고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항상 하는 일이지만 올해에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조금 더 공부를 하자 다짐을 하건만 역시나 올해도 그냥 덧없이 보내버린 1년이네요.

저는 기계 정비 A/S를 하는 직업이라 이곳저곳 자주 이동합니다. 그런데 요즘 공단이나 상가 건물에 임대 광고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제법 번화가에도 빈 상가가 나와 있는 것을 보면 경기가 많이 좋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하기야 언제는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별로 그런 기억도 없네요.

제가 하는 업종도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 후려치기가 빈번합니다. 경쟁사가 덤핑으로 견적가를 제시하면 고객 중 절반 이상은 돌아서니 저 역시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는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서비스의 품질도 역시 내려가게 됩니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그만큼 많은 작업을 해야 하는데 기계 정비는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만큼 동작하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지만 때로는 대충 할 때도 있습니다.
전에는 무상으로 해주던 작업도 지금은 수지타산 때문에 공임을 요구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은 전에는 청구하지 않던 항목이 추가되니 그 부분을 제외하거나 역시나 무상처리를 요구합니다. 몇 번 밀당하다가 역시나 무상으로 작업을 해줍니다. 고객을 더 이상 잃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요즘에는 고객사들도 경기하락의 영향 탓인지 결제 관계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정비 시간을 늘려 달라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계획된 사용시간마다 정비해야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정해진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정비를 그만큼 줄이게 됩니다. 그리고 결제도 조금씩 늦어집니다.

그래도 간혹 고객들 소개로 신규 업체가 늘어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요즘은 지역 간의 경계도 허물어 진지 오래입니다. 전에는 울산 인근에서만 작업을 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멀리 경기도나 전라도 지역까지 정비를 다닙니다.
어떨 때는 왕복 열 시간 이상을 운전하고 작업은 한 두 시간을 하고 올 때도 있습니다.

많은 정비 시간이 필요하면 현지에서 숙박도 하지만 잠깐의 정비는 당일치기로 하고 옵니다. 오가며 경치를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색깔로 느낍니다. 싱그러운 초록이 물들어 가는 봄에는 소생하는 생동감을 만끽하며, 황량한 가지에 이는 스산한 바람에는 겨울의 쓸쓸함도 느껴집니다. 아마도 육십을 넘어가는 나이 대 중년 남성의 감정의 변화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에는 거리 곳곳에 알림 현수막이 많이 붙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겠지요. 또 출판 기념회도 자주 열립니다. 주민을 대변해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주민들의 선택지가 넓어져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별다른 변별력이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천천히 찾아보고 적당한 사람이 뽑히면 좋겠습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현재 젊은 층의 결혼 기피나 출생률 저하는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런 문제들을 정책으로 대변하고 해결해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내년 총선도 기대해볼 만하겠습니다.

2024년은 용의 해입니다. 승천하는 용의 기상이 우리나라에 가득하여 평화와 소통으로 활기가 넘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다가오는 신년에는 인권운동연대 월간 소식지 ‘인・연’을 받아보시는 모든 분에게 평화와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