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사회악(惡), 국가의 적(敵)인가?
윤장혁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조합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라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사회악(惡) 국가의 적(敵)으로 규정하며 전쟁을 선포하고 법치주의를 앞세워 노동자들을 폭압적으로 소탕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때 정권의 정당성과 안정적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한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선포’가 소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부패를 막는 첫 번째는 기업 회계의 투명성”이라며 “노조 역시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기업 경영의 회계와 노동자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의 재정 운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해 자율적으로 정기적인 회계감사와 공개 절차를 거치며 그 어느 단체보다 투명하게 재정이 운용되고 있다. 노조의 부패를 부각시켜서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공직·기업 같은 권력형 부정부패와 동일시하는 인식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작년 12월 노동조합 부패 몰이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 총파업을 북핵 위기로 표현하며 대대적인 탄압으로 굴복시키고 30%대인 지지율이 40%대를 찍은 적이 있다.
재미를 본 것인가?
지금은 건설노조에 대하여 조폭에 비유한 ‘건폭’이라며 대대적인 탄압을 진행하고 있다. 탄압의 방식도 국정원,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 권력을 총동원한 군사 진압 작전처럼 진행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 등 원색적인 비난과 건설노조가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며 건설노조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대장동 사건처럼 건설 현장이 토건 자본과 권력이 결탁한 비자금, 부정부패, 탈법,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었던 것은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불법적인 다단계하청이 판치고 산업재해로 1년에 600여 명이 죽어 나가는 건설 현장을 투명하고 안전한 현장으로 바꾸어 온 것이 건설노조의 노력이었다.
건설노조의 노동자 생존권을 위한 활동, 투명하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드는 활동이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고 조폭 활동인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주택가격 안정과 투명한 부동산 정책을 위한 분양원가 공개를 누가 가로막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일부 일탈 행위가 있다면 형사 처벌하면 될 일인데, ‘범죄와의 전쟁선포’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과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대통령 후보 시절 전교조, 언론노조,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을 악마화’했던 윤석열 정권은 건설노조에 이어 부패몰이, 종북몰이 탄압으로 모든 노조의 존립 자체를 괴멸하려고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권익을 위한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의 활동에 혐오와 불순한 덧씌우기로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재벌들에게 감세와 유리하게 노동법을 바꾸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윤석열 정권이 볼썽사나울 뿐이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이다. 노동자를 사회악(惡), 국가의 적(敵)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적(敵)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국민을 적(敵)으로 규정하며 탄압했던 박근혜 정권과 같은 역대 정권들의 불행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 충고한다.
적(敵)이란 ‘싸움의 상대자’란 뜻이다.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를 싸움의 상대자로 생각하면 노동자와 국민이 윤석열 정권을 사회악(惡), 국민의 적(敵)으로 규정하며 싸움의 상대자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는 역사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윤장혁 님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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