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2-28 18:13
[170호] 시선 둘 - 걷는다는 것이 주는 의미!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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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이 주는 의미!

이영환


나에게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십수 년 전 선후배들과 모여 산악회를 만들어 산행을 즐겨했습니다. 그때 내걸었던 기치가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자’였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개척 산악회’라고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찌 없는 길을 만들까 싶지만, 당시 취지는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길이란 것이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면 필요로 만들어졌겠지요? 어떤 한 두 사람의 필요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같은 목적이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걷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동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드는 생각은 ‘삶’이란 생각입니다. 2010년 사고로 다리를 다쳐 2년 여간 병원 치료를 하고 회복기를 거칠 때 인권연대 반상근 생활을 하였습니다. 인권연대 사무실을 가기 위해서는 집 앞 정류장에서 266번 버스를 타고 구 울산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인권연대 사무실까지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야 했습니다. 보통의 사람은 구 울산초등학교 정류장에서 인권연대 사무실까지 5분 정도면 거뜬한 거리지만, 저로서는 20분 남짓, 그것도 3번에 나눠 쉬면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간선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 파란신호등이 점등된 동안에 건너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걷는다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든 것이 제가 처한 환경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걷는다는 게 무슨 ‘삶’이라는 명제까지 가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그 짧은 시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문제 또한 ‘삶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보행 약자인 장애인, 어린이, 노인 등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세 번째 드는 생각은 ‘체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최소 6000보 이상은 걷자’라고 정하고 조금씩 일부러라도 많이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낮은 수치일 수 있지만, 요즘에 체력이 향상되어 조금씩 걸음 수를 늘려가려고 합니다.
시선 둘
동천강변을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속보형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러움에 걷기가 익숙해지면 뛰는 연습도 해볼 요량입니다. 또 언젠가 뛰기가 익숙해지면 ‘축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저에게는 조금은 허황에 가까운 생각도 해 봅니다.

네 번째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같이 하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그냥 무미건조하게 걷지는 않겠지요. 저는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즐겨하며 걷습니다. 입이 쉬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향이라 묵언수행을 감내하지 못합니다. 이런저런 생활의 단편을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대도 생기고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즐겁습니다.

이처럼 걷는다는 것이 저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새삼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생각에 이 주제를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