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4-30 17:30
[184호] 시선 둘 - 단장(斷腸)의 아픔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268  
단장(斷腸)의 아픔

이영환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제주 수학여행이 참사로 끝이 날줄 누가 알았을까요?
세월호 사고 이후의 대한민국은 이전과 다를 거라는 박근혜 씨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해경을 해체하고 안전업무를 일원화해 안전 컨트롤타워를 신설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민관유착이라는 병폐를 없애고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다짐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선박 안전 관련 분야의 업무가 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에 일정 부분 일정권한이 주어져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민관유착이라는 언급이 있었겠지요.

그러면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맞는 응당한 책임을 묻고 후속 조치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과 보완 입법과정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참사 발생 이후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사고 원인 수사 등이 진행됐으며, 수사본부는 2014년 10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11월 세월호 조타수의 상고심에서 '조타기의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무죄를 선고하며 이 결론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잠수함 충돌설, 고의 침몰설 등 여러 가지 가설들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 밖에 세월호참사 당시 승객 300여 명을 내버려 두고 배에서 탈출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2014년 5월 재판에 넘겨졌으며 2015년 11월 대법원은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 나머지 선원 14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1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으나 퇴선 유도를 하지 않은 김경일 해경 123정 정장은 2015년 11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는 현장 구조 지휘관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 첫 사례였다.’

반면에 이 기간에는 온갖 의혹이 난무하면서 사회가 갈등과 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세월호가 침몰하자 사회 일각에서는 핵잠수함 충돌설, 고의적 구조 방기설, AIS 항적 조작설,
국정원 연루설, 심지어 인신 공양설까지 수많은 의혹을 쏟아냈고 때로는 일부 언론까지 이에 동조해 참담했다. 결국, 특조위 활동을 통해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참사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547억 원의 예산을 들여 4년간 재조사를 했다. 그리고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만 재확인했다.

위 내용은 세월호참사 후 조사 보고 및 박근혜 씨의 회고록 중 일부입니다. 세월호 관련 단체의 끊임없는 활동은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결과라 생각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선박 사고(조난, 화재 등)시에 선장부터 갑판부 사관 순서대로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시에 인근 수역에 어선 등이 200여 척 있었다고 보고되었는데 누구든지 퇴선 명령만 적절하게 내렸으면 304명이라는 안타까운 희생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구명조끼가 없었어도 선체에서 탈출만 하면 아무리 희생이 발생해도 열 손가락을 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아무도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이것은 직무유기의 범주를 넘어 미필적 고의의 살인행위가 아닐까요? 누구 한 사람이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했더라면 이런 엄청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세월호에 승선했던 선박 사관들은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고 또한 사고 시에 출동한 해경도 국가 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지 못했기에 역시 막중한 책임이 있다 하겠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를 거라는 박근혜 씨의 약속은 이태원 참사에서 다시 무너졌습니다.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는 언제쯤 멈출까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참사, 세월호참사,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안전 재난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유가족의 아픔을 어떻게 해야 치유가 될지 막막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천붕지통’이라 하여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 하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여 고서에 보면 ‘단장(斷腸)의 아픔’이라 표현합니다. 자식이 죽으면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아프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아마도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느끼는 아픔이겠지요. 아무리 아파도 기억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합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아픔을 참고 지금까지 계속 활동해온 4・16 유가족과 관련 단체에 위로와 박수를 보내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소망합니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