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3-03 23:32
[182호] 여는글 - 다시 3년을 시작합니다!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656  
다시 3년을 시작합니다!

박영철


회원여러분 반갑습니다! 박영철입니다.
지난 제18차 정기총회에서는 올해부터 3년 동안 단체를 책임질 임원선출이 있었습니다. 지난 소식지를 통해서 이미 보고드렸듯이 저를 비롯한 기존의 임원들이 다시 한번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임원들과 사무국은 인권이 퇴행하는 시기, 윤석열 정부의 반인권정책에 맞서 가장 앞서서 활동할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다시 주어진 3년의 시간을 우리사회의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과는 별개로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더 합니다. 지난 6년간의 시간 동안 단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인권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준비하는 작업, 임원을 영입하고 새로운 인권활동가를 성장시켜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일은 제대로 성과를 맺지 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안타까움이 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죄송하게도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임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선회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많은 논의를 거듭한 결과 우선 정관을 변경하여 3년간의 시간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정기총회에서 이를 보고하고 다시 정관을 변경하고 임원을 선출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울산인권운동연대는 6년 전 제12차 정기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하여 대표의 임기를 3년 1회에 한해 연임하는 규정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임원의 임기가 과도하게 연장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연임규정을 개정한 것이지요. 물적・인적자원이 매우 부족했던 당시의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상황에서는 어찌 보면 지킬 수 없는 어려운 과제를 스스로에게 강요한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6년 전 총회에서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변화된 환경과 위기속에서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인권활동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든든한 물적토대를 만들고, 이를 통해서 인적자원을 배가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라 판단했습니다. 대표의 임기제한을 통한 새로운 임원 선출은 이런 활동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판단했었습니다.

사실 인권운동을 비롯한 시민사회운동의 위기에 대한 우려는 개별단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던 시민사회가 2000년대 이후 진보진영의 영향력이 쇠락하면서 시민사회의 외형 또한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울산지역의 타 시민사회단체들의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대표는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활동가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활동가의 영입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보니 시민사회의 세대교체가 안되고, 자연스럽게 활동가들이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이름을 알만한 인사들이 단체의 대표를 번갈아 맡아야 하는 지독한 인력난(?)에 허덕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몇몇 단체에서는 활동을 넘어 단체의 존립조차 우려되는 위기의 상황입니다.

한편, 위기의 시민사회와 달리 윤석열 정부의 공격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래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공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치고 들어오는 저들의 반인권, 반민주적 행태를 저지하지 못한 채 부분별로 대응하기에도 버거울 뿐입니다. 예컨대 국가인권기구로 설치된 ‘국가인권위원회’가 몇 명의 상임위원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반인권정책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대로 된 대응이 요원합니다. 분노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다양한 시민운동과 단체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인권운동진영도 이러한 경향에 따라 다양한 당사자 단체들이 성장하고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방식인 중앙중심의 일사불란한 대응으로 혐오세력에 맞서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인권활동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작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역시 회원여러분과 함께 다시 3년을 시작합니다.
이번 3년은 지속가능한 단체를 위해 무엇보다 사무국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의 발굴과 성장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혹여 3년 뒤에 성과가 미약하다 한들 두렵지 않습니다.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자들 앞에서 저항하지 않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지금 어느 때보다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아우성입니다. 인권이 무시되고 유린되는 현장으로 연대의 손길은 절실합니다. 회원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연대가 필요합니다. 다시 시작된 3년, 회원여러분을 믿습니다.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 박영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