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3-03 23:14
[182호] 시선 하나 - 다르지만 같은 하지만 다른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640  
다르지만 같은 하지만 다른

최성호


황소개구리, 베스, 블루길 등 외래종 때문에 토종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본 적이 있을 텐데요. 제가 요전 날 인터넷 기사를 보니 동‧식물뿐만 아니라 언어도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놀랐습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200여 개의 언어가 이미 사라졌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 중 3분의 1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급속한 도시화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있는데, 예를 들어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지역의 주민들은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자 이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새롭게 이주한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언어를 버려야 하는 상황까지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언어 소멸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주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제주도 여행 중에 제주토박이말(사투리)을 듣고 잘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억양은 경상도 같기도 하고 무슨 일본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하여튼 도통 알 수 없다는 사실~^^
그런데 저도 몰랐지만, 제주 사투리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 위기 언어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그런 것이 제주말은 원주민(토박이) 아니면 주로 고령층 위주로 사용되고 젊은 세대로 이어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섬이라는 지형적 한계도 있고 앞으로 소멸될 위험이 크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제주대학교가 제주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0개 사투리 어휘 중 학생의 90%가 모두 아는 어휘는 단 4개뿐이었다는 결과만 보아도 알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러한 언어 소멸은 비단 제주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 사투리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언어는 소통의 수단을 넘어 역사와 문화가 담긴 유산이기에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언어를 사용해 온 사람들의 역사, 사상, 전통, 지식,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언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누군가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기도 하고.
인류의 상상력과 삶의 방식의 풍부함은 곧 언어 다양성과 직결되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소멸되어 가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를 쓸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우연히 언어 소멸이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다 좀 길어졌네요.^^

정작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글을 쓰다 보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텐데 “단어가 낯설게 보이거나 문법에도 맞는데 어색하게 느껴질 때, 뭔가 서술어가 이상하게 느껴 본 적이 있나요?”입니다.
제가 어쩌다 서울에서 두 번째 위원회(5・18 조사위원회)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위원회에서 보고서를 쓸 때가 많은데, 쓸 때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조심스럽게 신중히 생각해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그중 하나가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고 있는데 서술어 중 ‘~했다’ vs ‘하였다’입니다.

이 둘의 차이가 뭘까요?
찾아보니 표준국어 한글맞춤법 대사전에는 ‘하여’가 한 음절로 줄어서 ‘해’로 될 적에는 줄인 대로 적는다고 쓰여 있고, 국립국어원에서도 ‘했다’ 와 ‘하였다’는 단순히 줄여서 쓴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형태상의 차이는 있지만, 의미상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이죠. 단지 줄임말이라는 거~

그런데 이 둘의 서술어가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인데요,
‘~했다’의 경우 글을 맺는 맛이 분명하고 깔끔하다고 할까요? 그러나 ‘~하였다’의 경우는 뭔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맛이라고 할까요? 저만 느끼는 걸까요?^^
시간 되실 때 문장을 통해 한번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여전히 보고서를 쓰면서 이런저런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럼….

※ 최성호 님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