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2-05 15:59
[181호] 여는글 - 민주주의의 위기는 인권의 위기이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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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는 인권의 위기이다.

윤경일


새해 벽두, 2일부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피습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국회의석 과반 수를 훌쩍 넘는 최대 다수당이자 제1야당의 대표가 피습 당했다. 사건의 내용으로 보자면 칼을 갈아 흉기를 만들고 목을 노려 찔러서 살인을 의도하였으나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천운으로 셔츠칼라에 칼이 들어가 속목정맥 60%만이 절단되어 생명을 건진 사건이다.
언론에 의해 ‘구급헬기를 왜 탔나? 부산지역 병원을 무시하고 서울 병원으로 이송한 것 아니냐!’ 하는 사건 외의 말 안 되는 가십거리는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과도, 노인, 열상, 경상 등 사건의 진실과는 거리가 먼 속보를 대터러센터라는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등 이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경찰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 및 내용은 일반적 상식과 거리가 멀다. 사건 발생 40분 안에 사건 현장의 채증사진도 남기지 않고 순찰차가 출동해 혈흔 등 사건 흔적을 물청소로 지우질 않나, 살인미수범의 동기를 파악할 ‘남기는 글’을 공개하지 않고, 피의자의 신상도 공개하지 않는 등 상식적 사건처리의 방식을 넘어 은폐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民主主義, Democratic system)는 한 국가의 주권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가에 속한 모든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국민의 권력을 기반으로 현실 정치를 구현하는 사상 또는 체제이다. 국민주권의 이념적 가치뿐만 아니라 권력의 분립, 법의 지배 등 국민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이 원활히 운용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인 것이다.
이러한 민주국가의 체제 중에서 국민주권을 발현하는 선거제도를 최우선으로 들 수 있겠으나, 누구나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내세울 수 있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 또한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다.
그러함에도 연초부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건은 자꾸만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과 내빈인사를 하던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히고 사지를 들려 행사장에서 끌려나가는 것이 생방송으로 방송되었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기조를 바꿔야 국민이 행복....” 이런 표현을 하다가 끌려나갔다는 것인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이자, 그 행사의 주빈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들어서 퇴장시킨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물론 대통령에 위해되는 행위를 하는 자는 당연히 격리 조치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면 이 국회의원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인가!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이고 그 소속 국회의원이 ‘국정기조를 바꾸라’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해서 끌려나간다면 어느 필부가 마음 놓고 정부와 정권을 꾸짖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기에, 이 사람을 죽여서라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살인미수범의 의지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한편으로 어떤 사람을 죽여 나라가 구해진다면 그 나라는 우리가 꿈꾸는 민주국가 일까?
한 소수정당의, 한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도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행사장에서 제압하여 끌어내는 작태는 우리나라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행위일까? 나쁘게 만드는 행위일까?

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가 어느 서양 선진국보다 민주주의의 기치를 높이는 나라, 문화로 충만하여 다른 세계시민들의 부러움을 받는 나라, 어느 한 명의 국민도 사회가, 국가가 놓치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우리가 민주화 운동으로 지켜온 이 나라의 실질적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숨진 해병대원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유를 조사하여 법대로 경찰에 수사 의뢰, 이첩하였는데도 군검찰에서 이첩서류를 강탈해가는 나라, 법대로 이첩한 군사경찰을 항명으로 기소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리나라는 대노한 왕이 “저놈을 매우 쳐라” 하면, 태형을 가하는 왕정국가, 전근대적 국가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우리나라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두려움 없이 맘대로 이야기하더라도 문제없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체 사회의 이익을 무시하는 자들을 견제하고 제어하는 법의 지배가 통하는 나라였으면 한다.

누구의 인권도 보장받는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오는 4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보여주자!

※ 윤경일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