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하여
오문완
#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란
최저임금은 역시 뜨거운 감자다. 인상률이 높니 낮니 논란이 일더니 이제는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범위를 놓고 얘기가 무성하다. 양대 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불참으로 세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법의 정비는 헌법 위반이라고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도 한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선은 2018년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의 개정 내용을 분명히 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 법 개정 내용
개정법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2019년부터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다만, 세 가지 예외가 인정된다. ① 근로기준법의 소정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임금(초과근로수당 등), ② 상여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임금의 월 지급액 중 해당년도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 환산액의 25%에 해당하는 부분, ③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노동자의 생활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으로서 통화 이외의 것(현물)으로 지급하는 임금이 그러하다. 통화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는 해당년도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 환산액의 7%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외한다.
그 제외되는 비율은 위 표와 같이 연차별로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4년 이후에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모두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즉, 2019년에는 정기상여금의 75%와 현금성 복리후생비의 93%가 최저임금에 산입되고, 해마다 그 산입비율이 높아져 2024년 이후에는 총액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는 것이다.
둘째, 사용자가 개정법에 따라 산입되는 임금을 포함시키기 위해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를 규정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동자의 집단적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는 의견을 듣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집단적)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개정법에서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에는 노동자의 (집단적) 과반수 동의를 요하지 않고 의견만 들어도 된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경우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여긴다는 취지이다).
# 평가
이러한 제도의 정비는 시행 초기에는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 혼란을 슬기롭게 피해가는 게 노사의 과제로 주어졌다. 이런 혼란은 우리나라 임금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기형적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기본급은 얼마 안 되고 각종 수당을 통해 임금이 보전되는 모습이다. 애당초 정부로서는 임금정책을 펴면서 기본급 인상률이 높지 않으면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고, 기업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 때의 산정기준인)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이런 기형을 만들어온 게 오늘의 현실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논란은 이제 통상임금의 적정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라는 논란의 소지 자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은 노동자로서도 정기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도록 바꾸는 게 통상임금을 높이는 조치이므로 (오히려) 환영하는 게 마땅하다.
기실 이 문제는 최저임금을 높게 인상하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할 일이었다. 애당초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면 인상률을 놓고 그렇게 논란이 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졌고, 이제라도 문제를 정리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고 수순이다.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학습 비용으로 떠안아야 한다. 하도급법 등 경쟁법(경제법)의 정비, 고용보험법과 생활부조법 등 사회보장제도의 정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또 하나의 과제이겠다.
최저임금제도는 최저선의 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이 목적을 위해 이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국가 차원의 임금 인상률의 준거가 된다든가, 최고임금으로 기능한다든가 하는 일이 없도록 노사정 아니 국민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장면이다.
※ 오문완 님은 울산대학교 법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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