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04 15:32
[122호] 이달의 인권도서-『 인권교육 새로고침 』- 인권교육센터 ‘들’ 저 / 교육공동체 벗 2018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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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교육 새로고침 』

- 인권에 대한, 인권을 통한, 인권을 위한 교육을 다시 말하다 -

인권교육센터 ‘들’ 저 / 교육공동체 벗 2018 / 정리 : 박영철


1부 / 인권에 대한 교육



“인권의 존엄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인권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숙명처럼 이런 질문들 앞에 서게 됩니다. ‘인권을 이렇게 말해도 되나?’ ‘내가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은연중에 나도 누군가의 인권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나?’ ‘인권의 의미를 좀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전할 수는 없을까?’와 같은 질문이 인권교육가에게는 늘 따라다닙니다.

인권은 권리의 주체, 권리의 구체적 내용, 그리고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무를 진 대상이라는 3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3요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권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인권의 경계도 달라집니다.
인권이 최초로 선언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인간이 인권의 주인으로 인정받은 시기는 없었습니다. “나/우리는 왜 사람이 아닌가요?” “당신이 말하는 그 인간에 왜 나/우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이런 외침을 통해 노예, 여성, 흑인, 노동자, 어린이와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과 같은 ‘예외적 존재들’이 인권의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또한 인권의 핵심원칙은 <세계인권선언>에서부터 강조되어온 다섯 가지로서 인권에 대한 판단의 갈림길 앞에 우리가 놓일 때마다 나침반의 역할을 해줍니다. 이 다섯 가지 열쇳말은 ① 누구나, 예외 없이 ② 존엄을 위한 ‘기본’, ③ 자유로울수록 평등하고 평등할수록 자유로운 ‘상호 불가분성’ ④ 기대어 선 우리 ‘상호 의존성’ ⑤ 저항으로 쓴 인권의 역사입니다.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이 멈출까?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무엇이 차별인지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반차별감수성은 차별은 안 된다는 선언으로 그쳐서는 자라나지 않습니다. 반차별감수성은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을 통해서만 두터워지는 사회적 감각입니다.
차별은 ‘완전한 배제’와 ‘포함된 배제’의 양면으로 전개됩니다. 언제 완전히 배제될지 모른다는 항시적인 불안과 공포가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의 몫이 됩니다. 완전히 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될 자격을 끊임없이 증명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진짜 피해자, 진짜 난민, 진짜 수급지원 대상임을 증명하라는 압박이 대표적입니다.


2부 / 인권을 통한 교육

인권교육은 본질적으로 실천적 성격을 갖습니다. 인권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나누고 학습하는 이유는 삶과 사회를 인권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권 침해의 현실과 구조적 배경, 관련된 법과 규범, 이용 가능한 권리 회복절차,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목소리 내기와 실천의 중요성 등이 인권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인권감수성을 기르고 인권의 가치에 신뢰나 매력을 느끼려면 인권교육의 과정 안에서부터 참여자가 인권을 존중받는 기쁨을 경험하고, 인권이 자기의 삶을 지지해주는 언어라는 느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인권교육이 인권을 경험하고 행사해 보는 최초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전통적 의미의 교사-학생사이의 위계,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하려는 노력이 있습니다.

결국 인권교육방법론은 다양한 기법과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 특히 권력으로부터 밀려난 사람들을 가깝고 깊게 만나고 호흡하고 싶었던 인권교육가들의 열망, 그리고 참여자들에게 언어를 만들 권리가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무수한 말 걸기를 시도하는 ‘철학’적 태도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언어를 빼앗긴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오답처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신뢰하고 집중하도록 도울 방법은 없을까? 권력 앞에 움츠러든 삶의 지존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만나면 좋을까? 인권교육가가 준비한 각본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상을 함께 빚어내는 교육 무대는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이런 고민들이 인권교육방법론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3부 / 인권을 위한 교육

현장에 밀착한 교육이란 ‘바로 여기, 바로 지금’의 인권교육을 꿈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권을 과거의 이야기로 박제화하기 않고 ‘현재화 한다’는 뜻에서, 인권을 먼 곳의 이야기로 ‘외부화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현장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인권교육의 장 역시 하나의 ‘인권현장’임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인권교육 시간은 참여자의 삶을 만나고 인권의 언어와 참여자의 삶을 연결시키는 하나의 인권현장입니다. 같은 노동 인권을 주제로 한 교육이어도 참여자가 장애인 일 때와 비장애인 일 때 다른 현장이 만들어집니다.
완벽해야만 인권교육을 할 수 있다면 인권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다만, 이 질문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과 인권이 꿈꾸는 이상 사이의 괴리를 성찰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인권교육가가 경계해야 할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무감함’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