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31 11:41
[120호] 세계인권선언70주년특집 - 울산지역인권현황과 과제 1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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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운동의 현황과 과제

울산성소수자모임 THISWAY



지난달 24일 대만에서는 동성결혼합법화 대국민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반대가 많았지만 정부는 동성결혼에 대한 입법절차를 추진하기로 밝혔다. 이미 결혼을 ‘이성’간 결합으로 해석하는 건 위헌이라는 판결을 근거로 말이다. 국민투표결과에 의해 민법이 아닌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대만은 아시아 최초의 동성결혼 법제화 국가가 된다. 이웃나라의 소식에 한국에 성소수자들 또한 들뜨고 기뻐했다. 완전한 승리가 아닌 상황을 걱정하기도 했다. 국민이 누리는 기본권인 ‘혼인’이 한국의 성소수자에겐 아직도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성소수자를 혐오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이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있을까? 단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에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가 어느덧 20여년이 흘렀다. 2000년 초반 홍석천씨와 하리수씨의 커밍아웃으로 사회적 논쟁을 만들었으며 민주노동당이 대한민국 정당 중 처음으로 성소수자위원회를 설치하였다. 대한민국 제18대 총선에서 최초로 공개적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정치인 최현숙씨가 종로를 지역구로 출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지역조례들은 되려 후퇴하고 있다.
올해만도 충남, 해운대, 계룡시 인권조례폐지가 이어졌고 정체성과 지향성, 임신 등의 차별금지사유가 들어간 학생인권조례 또한 조직적 반대행위로 무산되었다. 2007년 10월 처음 시도된 차별금지법 제정도 11년째 시도 중이다.

울산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난무했다. 지난해 당시 김종훈, 윤종오 국회의원이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제29조의 6’ 폐지 등 군형법개정안에 공동 발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실에 항의 문자가 쏟아졌다. 지역구는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선전물로 도배되었다. 정의당 심상정대표의 울산방문에도 항의집회를 조직했다. 지난해 7월 24일에는 최유경시의원이 발의 예고한 울산학생인권조례 공청회가 일부 보수 개신교 등 혐오세력에 의해 파행으로 치닫았다. 민주적 논의는 불가능했다. 인권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도 자신을 개신교도로 밝힌 참가자의 혐오발언이 나왔다.

최근의 여러 사례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선동이 점차 노골화되면서 집회 또는 조직적인 의견표명 형태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4년부터 격해진 극우개신교 등의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2016년 선거과정에서 기독자유당의 성소수자와 이슬람에 대한 혐오가 담긴 선거공보물, 여러 차례 신문지상에 실린 혐오선동 광고들, 2018년의 난민반대집회 등이 그러하다.

특히 올해 9월 3일 이루어진 제1회 인천퀴어문화 축제에서는 반대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피켓팅, 언어적 폭력을 넘어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이 이루어지는 등 증오범죄의 양상을 띠기도 하였다. 이러한 조직화된 혐오와 차별선동은 소수자들에게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실제로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극우개신교단체 등에 의해 인권침해를 겪은 축제 참가자의 약 30%가 '성소수자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혐오와 차별선동에 맞서서 가장 손쉽게 떠오르는 대책은 혐오를 목적으로 한 집회, 표현 등을 금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소위 '가짜뉴스' 대책 역시 기본 방향은 엄중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 역시 소수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뿌리 깊은 차별의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차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만이 보다 근본적으로 더 이상의 혐오선동을 막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가 누구도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청소년, 난민, 이주민, HIV감염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 역시 더 이상의 유예 없이 차별금지와 평등에 대한 분명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 방법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