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04 10:12
[119호] 편집후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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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시선이 느껴지다

편집위원



얼마 전 버스 안에서 깜짝 놀란 사건이 있었습니다.
50대 후반 정도의 승객이 버스에서 하차하다 카드 환승을 깜빡하고 버스 문이 닫히는 순간 자동문으로 손을 뻗은 것입니다. 알다시피 버스 자동문은 버스 운전사가 스위치로 개폐하는 방식이라 운전사가 스위치로 조작하지 않으면 팔목이 끼인 채로 상상하기 힘든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버스 운전사와 승객이 상황을 빠르게 목격해서 팔목이 끼인 승객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외관상 큰 문제도 없어 보였습니다.

너무 놀라고 걱정스러운 마음도 잠시, 버스 운전사가 버스에서 내려 그 여성에게 다가가자 버스 안 승객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창문을 열고 버스 운전사를 향해 큰소리로 외치는 것입니다. “기사님 잘못한 거 없어요. 버스 문에 손을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 사람이 잘못한 거니까 출발합시다.” 라고. 같이 일어났던 일행 한 사람도 동조하며 분위기를 몰아갔습니다.
다행히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 운전사는 팔목이 끼였던 승객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확인을 하고, 명함을 건넨 후 말없이 버스에 탑승하셨습니다.

저는 그날 버스 승객 두 사람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괜찮아요?” 라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잘잘못을 떠나 아니 책임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안전이 우선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상황을 종결하려는 일부 승객의 모습에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화도 났지만, 나중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에게는 억울하고 아프고 분노를 금치 못하는 사건들이 많았고, 또한 현재진행중입니다. 인권은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그리고 공감을 넘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실천방법의 하나로 연대하고 있는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인권감수성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소수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영원한 다수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