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07 10:57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6,432
|
^^아모르파티(amor fati)^^
이승웅
요즈음은 왠지 고독해지고 싶고 쓸쓸해지고 싶은 계절이다. 칸초네나 샹송을 들으며 창밖 너머 살랑거리는 단풍을 보며 따스한 햇살을 느끼고 싶은 계절이다.
나 개인적으로야 찐한 재즈음악에 기대어 몸과 마음을 투명한 그라스 내용물에 녹여 마시며 없는 옛 애인이라도 만들어 젖어보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계절이야 좋고 나쁨이 있겠냐마는 내 기분이 그런 것이다.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좋고 가을 겨울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계절은 그렇게 다만 변화할 뿐이다. 내가 좋아한다고 일초도 더디 가든가 빨리 가지 않는다. 비 오면 비 온대로 좋은 것이고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좋고 햇빛 나면 그 또한 그런대로 좋은 것이다. 비 오면 가까운 사람 불러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면 좋고 눈 오면 눈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굳이 비 오는데 햇볕을 그리워하고 볕이 나는데 비를 그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자식을 둔 어머니는 비올 때는 한자식이 짚신을 못 파니 괴롭고 햇빛 나면 우산장수 아들이 우산을 못 파니 괴롭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비올 때 짚신장수 자식이 그동안 햇빛 쨍쨍할 때 장사한다고 고생했으니 쉴 수 있어서 좋고, 햇빛 좋은 날에는 비올 때 비 맞아가며 장사한다고 고생한 자식이 쉴 수 있어서 좋지 않은가?
그러면 어머니 본인이 행복하니 행복한 어머니를 둔 자식 또한 행복하지 않은가? 즉 내가 행복하면 자식도 행복한 것이다. 왜 굳이 이 건 이래서 괴롭고 저 건저래서 괴로운가? 왜 굳이 괴롭고 싶은가 하는 것이다. 내가 괴롭다고 날씨가 바뀌어주지도 않을뿐더러 바꿀 수도 없는 것이다. 만사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自利利他(자리이타)
내가 행복해야 상대도 행복하고 상대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한 것이다.
人生은 苦海 라는 말이 있다. 즉 삶이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짚신장수 우산장수의 어머니처럼 생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고통일 수 있고 행복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행복하면 오늘은 내일의 관점에서 보면 어제가 되니 과거가 행복하니 오늘 또한 행복한 것이고, 오늘 행복하면 내일은 또 오늘이 되니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도 행복하고 미래도 행복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여 현재 괴롭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리 후회한들 괴로워한들 과거는 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집착하여 괴로워합니까? 미래가 두려워 현재를 담보하여 미래의 행복 또한 구하려 하지 마세요. 현재가 괴로우면 미래도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그 어떤 노력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현재 최선을 다해서 바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미래는 행복해지는 것일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오늘은 어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허무 주위나 염세 주위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거나 또는 현재에 집착하지 말자는 것이지 허무나 염세와는 별개인 것입니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천석꾼도 만석꾼도 하루 세끼 먹습니다. 물론 생선 한 조각 고기 몇 점 더 먹겠지요. 그러나 이것 또한 별거 아닙니다. 더 잘 먹어 봐요 이런저런 병에 더 노출되기 쉽고 더 빨리 세상 하직합니다. 그렇게 좋을 것도 없습니다. 요즘 보지 않습니까.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리신 분들, 수갑 차고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행복해 보이든가요?
혹시 내가 저런 부를 가졌다면 내가 저런 권력을 가졌다면 저러지 않을 텐데 하시나요? 착각하지 마십시오. 인간이란 거의 별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오십 보 백보일 뿐입니다.
그러니 隨處作主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어느 곳에든지 내가 주인이 돼요.
행하면 그러면 서있는 그 자리가 진실하다. 즉 내 주관을 명확히 하고 살아가면 그것이 곧 참된 삶이다^^ 라는 것이지요.
물론 당당히 살되 비굴하지 않아야 되고, 겸손히 행동하되 교만하지 않아야 됨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약한 자에게 지나치게 당당함은 곧 교만이요 강한 자에게 지나치게 겸손하면 비굴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당히 살되 교만을 살펴야 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되 비굴함을 돌봐야 하지요. 봉황 같은 자존감과 자부심을 가지되 들풀같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아모르파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이고 즐겁게 살아라’ 이 뜻이겠지요
우리 삶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왜 사는가? 가 아니라, 어떻게 살까? 를 사색해보는 그런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승웅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