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9-03 15:42
[116호] News, Human Rights !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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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 “적당히”와 “나중에”로 점철되어버린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규탄한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헌법의 기본권과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이다.
법무부가 2017년 10월 당시에,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 둔 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을 근거로 연내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을 때부터, 한국 시민사회가 요구한 것은 명확하였다. 인권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는 정부라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제대로 잘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0일에 발표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은, 시민사회가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기대마저 무너트리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권고하고 기대했던 내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성소수자”를 삭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차별금지법 제정 역시, “국민여론과 시민사회의 첨예한 대립이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박근혜 정부시절에 작성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은 적어도 성소수자를 사회적 약자로 명기는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보다도 인권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인권분야에서 특별히 진전된 안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약간이나마 기대가 있었기에 더욱 실망스럽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초안이었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최종안으로 던져진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실망을 넘어 궁금함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시민사회의 거듭된 설득과 호소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최종안에서 마저 “성소수자”를 기어이 사회적 약자의 목록에서 제외해야만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에 정부는 해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성소수자란 이름이 지워진 문제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형제 폐지 및 대체복무제 도입은 여전히 “방안”을 “연구”하고 “검토”하거나 “입법”을 기다리겠다는 이른바 “나중에”의 영역으로 서술되어 있다. 2022년까지 연구와 검토가 끝나지 않고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해당 과제를 해결하는데 지향하고 이행해야 할 인권의 가치를 분명히 세우고 정책과 제도로 집행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권리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고 ‘안전권’ 항목을 신설하고 ‘기업과 인권’을 별도의 목차로 구성한 부분을 내세우고 있다. 초안과 비교했을 때, 부적절한 표현이 삭제되거나 대체되고, 누락되었던 2017년 유엔 사회권 규약위원회 권고가 포함된 것은 시민사회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이렇게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당히” 수용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준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마무리 지으려는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수립과정과 내용은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기대와는 시작부터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적당히” 수용하는 척하고, 핵심 요구는 “나중”으로 미루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절차와 이행 및 감시에 이르는 전반적 과정에 대해 시민사회와 국가인권위 그리고 정부가 함께 제도보완 대책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관한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와 인권정책에 대해 차별화 된 평가를 받고 싶다면, 최소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 전반에 대한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2018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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