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7-30 17:03
[115호] 시선 하나 - ‘쓰시마를 다녀와서’(인권평화기행 후기1)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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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를 다녀와서’

이선철


“평화의 나라에 평화운동은 있을 수 없다. 평화는 전쟁의 불꽃 속에서만 피는 꽃이다. 삶은 죽음 속에서만 나오고, 기쁨은 근심 걱정 속에서만 나오고, 사랑은 미움과 싸움 끝에서만 나온다. 생명이 가는 길은 처음부터 언제나 그러했다.”
ㅡ 함석헌 [평화운동을 일으키자]

Ⅰ. 평화는 인권이다.


우리는 안전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 마음 속 욕망과 사심, 위선과 교만의 덩어리들을 잘라내야 참 평화다. 내 안이하고 무디어진 나태와 게으름에 죽비를 내려쳐 얻은 평화라야 참 평화다. 내 목숨 하나만 잘 챙기면 된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야 참 평화다.
은폐되고, 왜곡 되었으며, 부당하게 강요된 평화는 참된 평화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서로 위로하며 분노의 발톱을 감추고 사는 것은 참된 평화가 아니다.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 최근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보라.

사람을 살리는 일. 기운을 차리게 하는 일. 생기를 돋우는 일. 신명을 거듭나게 하는 일. 선한 의지를 실행케 하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도록 보살피고 다독거리는 일. 이런 일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로 쓰시마 여행을 떠난다.
자유는 만끽하되, 불의는 회피하지 않는다. 기개 있게 세상 속에서 세계에 맞서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 여행한다. 기쁜 일이다.

Ⅱ. ‘역사와 자연을 품은 대마도'

# 도요포대
일본이 제1차 세계대전 후, 군비확충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해협을 봉쇄할 목적으로 만든 세계 최대 포대다. 폭이 50 Km인 대한해협을, 사정거리 30Km 대포로, 쓰시마와 부산 오륙도에 쌍둥이로 설치했다. 기술과 과학을 제국주의 건설에 악용한 일본의 야욕에 온몸이 오삭하다.
‘악용’을 봐주는 자가 없으면, 흑역사는 재현된다. ‘무력증강만이 평화를 보장한다’ 는 군수산업주의를 경계하는 증거물로 도요포대가 보인다. 내 눈에는.

# 도노사키 공원
일본이 러일전쟁 때 발틱 함대를 무찌른 것을 기념하여 만든 공원이다.
러일 해전 (쓰시마 해전 Battle of Tsushima)은 러시아 정권의 몰락, 일본의 승리로 끝난다. 러일 해전 100주년을 맞아 ‘일러 위령비’를 세우고, 기념비에 러시아 전사자들(약 5천 명), 일본군 전사자들(110명)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오늘의 승전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그대로 운용한 것뿐이다.” 일본 제독의 말이다.
생각과 뜻이 다르면 무조건 악마를 만들어 증오를 부추기는 이념의 전도사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내 마음에는.

# 와타즈미 신사
일본 건국 신화 발원지다. 신화는 고도의 압축과 은유를 보인다.
‘와타즈미 신사’에 얽긴 흥미로운 주장이다. 일본 건국 신화 발원지가 본토가 아닌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쓰시마다. 신사 입구에 있는 ‘도리이’가 본토가 아닌 우리나라(당시 신라)를 향하고 있다. 일본 왕조의 시작이 한반도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도탄에 빠뜨리는 일부 탐욕스러운 지도자들이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맺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어머니 나라가 아닌가? 이들이 ‘국익’을 외침은 거짓이다.

III. ‘쉼 그리고 재충전'

‘지식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 계층의 높고 낮음, 직업의 귀천, 성별이나 연령 등의 이유로 남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인권의 출발이다. 평화의 근본이다.
‘역사와 자연을 품은 대마도’! 잠시 ‘자연으로의 회귀’는 끝났다. ‘강제 징용의 상흔’이 아직 아물지는 않았지만, ‘쉼 그리고 재충전’은 이루었다.
마음속에 작은 인권평화의 촛불을 켠다.


※ 이선철님은 감물생태학습관 운영위원장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