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7-02 11:15
[186호] 시선 셋 - 현대중공업의 ESG경영에 하청노동자는 없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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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ESG경영에 하청노동자는 없다

윤태현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 ESG 경영비전 발표 후 2022년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는 인권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라며 인권경영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말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하청노동자는 없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은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전출입시스템 도입을 위한 개인정보수집 동의서에 서명을 강요했다. 회사가 말하는 안전출입시스템이란 안면인식시스템을 말한다. 민감한 생체정보와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해가면서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되려 서명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불안감을 이용한 강제 서명이나 다름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회사는 22년도에도 여름휴가를 틈타 200여 개의 CCTV를 무단으로 설치하고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해갔는데 그때도 대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당시도 안전작업 환경구축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오히려 CCTV로 선전전을 하는 하청노동조합 간부의 사진을 찍어 업체관리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등 CCTV는 노동조합 활동감시도구로 사용되었다. 이는 명백한 노동탄압이자 인권침해이다.

현대중공업의 노동탄압과 인권침해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하청노조와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회사가 주장하는 안면인식시스템 도입은 에스크로제도나 조선업 희망공제사업과 상관없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이렇게까지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청노동자의 상시적인 임금체불과 업체폐업에는 사내협력사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하면서 아무 권한도 없는 하청업체를 방패 삼아 노동감시, 생산통제를 위한 목적이 명백하다.

해고되어 4년째 길에서 투쟁 중인 서진 노동자들, 일하다 다치고 병들어도 산재도 못 하는 노동자들, 임금체불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세계 1등 조선소라고 불리는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들이다. 하청노동자의 인권을 하찮게 여기고 손쉬운 통제수단으로만 여기는 현대중공업은 인권경영을 표방할 자격조차 없다.
현대중공업이 말하는 ESG경영에 하청노동자의 인권은 없다.

※ 윤태현 님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