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7-02 11:11
[186호] 시선 다섯 - 목화솜 피는 날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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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피는 날

김하린

[어쩌면 함께했을]

2016년 4월. 세월호가 2년이 지나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을 때, 이따금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냐?’라는 목소리가 나올 때였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는 잊혀져가고 있었고, 몇몇의 사람들에게는 지겨운 이야기가 되어갈 즈음이었다.
“(세월호)사고가 없었더라면 동기로 함께 학교 다녔을 수도 있는 친구들이죠.”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었던 16학번 새내기 친구 말이었다. 그 말이 ‘나는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겠다.’ 마음먹게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세월호를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나의 삶을 살아가다 어느 순간 잊을까 걱정도 되었다.
어느새 세월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냐?’라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세월호에 무심해지고 무감각해지고 있는 듯하다.

[세상의 전부였던]
세월호 참사로 가족들은 ‘병호’와 ‘수현’, 그리고 ‘채은’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은’을 기억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표출되는 ‘병호’의 분노도,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수현’의 무기력함도, 그 사이에서 애써 살아가는 ‘채은’의 불안함도. 그들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세월호 안에 누워있는 병호의 모습이다. 어떤 생각으로, 감정으로 그 자리에 누웠을까? 경은의 차가움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까, 그렇게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세월호 안에서 병호가 누워있던 자리가 경은이 발견되었던 자리는 아닐까,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본다.

[기억, 그리고 안전]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는 화재가 난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에 사건 전달 및 대응지시가 이루어지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으며, 세월호는 초기 대응시간 지연 및 선장의 무책임, 해경의 소극적 구조로 인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태원 역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지만, 매우 적은 수의 경찰 배치 및 압사 위험에 대한 신고에 대한 무대응이 이태원 참사를 일어나게 했다.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참사들.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체계와 나라가 얼마나 허술하고 무책임한지에 대해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많은 사람이 죽고, 이슈가 되고, 다시 잊혀져간다. 잊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어도 원인이 무엇인지, 대비책을 어떻게 세울지는 명확하게 하고 가고 싶을 뿐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 김하린 님은 인권영화공동체상영회에 참가한 울산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