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
- 말과 글의 노화를 막기 위한 언어병리학자의 조언 -
이미숙 지음 / 남해의봄날 2023 / 정리 : 한주희
말할 때 고유명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하는 현상은 최근의 일이 아니고 오래 된 일인 것 같다. 40대부터 이미 ‘그게 뭐였더라?’ ‘그 배우 이름이 뭐지?’ ‘그거, 그거’ 하는 말들이 사람의 대화에서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최근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하기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낀다. 단어가 금방금방 떠오르지 않는 건 물론이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는지 잊어버리는 지경까지 ㅠㅠ. 이런 현상은 신체적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런 불안한 와중에 지인이 추천해주신 이 책이 훈련에 의해서 충분히 말과 글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아아, 그런데 이거 책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가볍게 수다 떨 듯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은연중 내가 기대한 건 한 사람의 언어가 사회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말과 글과 한 사람의 언어가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세대의 언어가 탄생하고 세를 불려가다가 표준어가 되고 또 이후 낡아져서 소멸하는 그런 흐름에 대해 알고 싶던 호기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언어능력의 노화 문제와 치료에 대한 내용이었다.
초반에는 각종 언어 노화의 병증들이 설명돼 있어서 공포에 떨기도 했다. 아~ 혹시 내가 이대로 가다가는 이런 병에 걸리는 건 아닐까? 으윽, 혹시 이건 초기 **증상 아닐까? 등등. 온갖 깨방정을 떨었다. 그리고 어서 해결책을 말하는 뒤쪽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앞부분의 내용을 소화시키려는 뇌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없겠다는 깨달음이 와서 열심히 공부하듯 읽었지 뭔가. 새로운 경험, 새로운 지식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니까!
저자 선생님도 병리학자라면 전공서적만 읽으실 것 같았는데 여러 문학 작품과 TV프로그램 들을 예로 들어서 잘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아마도 딱딱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가시느라 애쓰신 것 같다. 아주 가끔은 예로 들어 주신 TV프로그램만 생각나고 정착 중요한 내용은 까먹게 되는 불량 학생이 나여서 곤란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 중 현재 나의 언어 상태와 가장 밀접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위 책 속에 ‘이름 대기 장애’와 하고 싶은 말이 입안에서 맴돌고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현상을 뜻하는 ‘어휘-의미 오류’. 뇌의 신경 스냅스가 느슨, 헐거워져서 그렇다고 한다.
저자는 책의 부록처럼 뒷부분에 따로 여러 해결 방안을 모아 제시하고 있다. 요즘 트렌드도 잘 알고 계셔서 접근하기 편한 면도 있지만, 전문가적인 관점의 훈련법도 있어서 내겐 좀 따라 하기 어려운 방법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방법도 시도해 볼 거지만, 내가 원래 하고 있었으나 게을러져서 놓고 있던, 그러나 나 역시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방법들을 다시 꾸준히 실천해 보기로 했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읽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 이건 내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시를 꾸역꾸역 읽어내는 이유이기도 하지, 라고 끄덕이면서 말이다.
책을 읽고 정리하여 쓰는 행위를 하려고 한다. 한데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기억하기 위해서는 반복이 필요하다. 자주 보고 읽으며 기억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설단현상’을 막기 위해 단어부터 기억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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