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어른
이현숙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 철없다고 하면서 야단친다. 철없는 행동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돈의 씀씀이에 관한 것도 있다.
그런데 요즘 개인회생, 개인파산신청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울산에서는 조선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쇄적인 반응으로 다른 업종도 부도가 많이 나고 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줄줄이 도산하는 것을 체감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줄도산은 오늘만 있는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몇 년 전에 개인파산신청해서 면책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사업의 끝은 부도”라고. 왜냐하면 기업가의 심리가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싶은데다가, 거래은행 직원이 자신의 성과를 위하여 집요하게 대출을 장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업가의 확장욕심과 은행 측의 집요한 대출 권유로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무리한 대출 탓으로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되어 회사가 부도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은 허세와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요즘은 월급쟁이도 충분히 인생을 즐기기 위하여 취미생활을 많이 즐긴다.
물론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신용카드와 대출을 권유하는 은행과 대부업체 때문인지, 자신의 분에 넘치게 돈을 쓰면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듯하다.
취미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듯하다. 남에게 기죽기 싫고 부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허영과 사치를 초래한다.
몇 년 전에 동창회에서 알게 된 어느 선배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주, 야간 근로를 한다. 회사에 가지 않는 많은 시간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수준급의 마라토너다. 참으로 보기 좋았다. 열정적으로 전국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 같았다. 제법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그런데 후일에 알고 보니 채무가 너무 많아서 개인회생신청을 하였다고 했다. 결국 선배는 자신의 분에 넘치게 취미생활을 즐긴 철없는 어른이었다. 그 철없는 선배는 여전히 마라톤을 즐긴다.
주변을 눈여겨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골프채를 소지하고 있고, 한 때 즐겼거나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골프를 치게 되면 기본적으로 상당히 많은 돈이 지출된다. 골프채 가격이 만만치 않으며, 연습장에 다니면서 제대로 배우고 연습을 하는데도 많은 돈이 지출되고, 라운딩 갈 때 차비, 라운딩비, 식사비 등도 많이 지출된다. 굳이 영업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골프를 많이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내 돈으로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야”하겠지,,,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다.
왜냐하면 저렇게 계산 없이 돈을 쓰고는 빚더미에 앉아서 개인회생, 개인파산 신청하니깐,,,그냥 없으면 아껴 쓰고, 검소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결국 허영과 사치가 과욕을 초래하고, 나아가서 사기꾼이 되고,,,
저런 어른들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돈 아껴 쓰라고 가르칠 것이고, 헤프게 돈 쓰는 아이보고 철없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어른이라는 핑계로 돈을 계산 없이 쓰지 않는가,,,
현 시대에 이르러 예전의 어른들보다 철없는 어른들이 많아졌다면 뭔가 사회적 구조가 문제일 것이다. 여하튼 사회적 구조나, 남 탓 하지 말고,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보이고, 검소하게 살면서 남에게 손해도 입히지 말고, 조용히 노후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싶다.
※ 이현숙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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