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며...

편집위원회




낙태죄 폐지 반대의 그 기저에는 ‘생명에 대한 존엄’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생명을 개인 또는 특정집단이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사형제 폐지’주장과도 상통한다고 보면 된다.

‘생명존엄’의 문제를 ‘낙태죄’와 관련하여 살펴볼 때 가장 큰 차이는 ‘어느 시점부터 생명의 존엄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태아를 생명이 있는 존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출산 이후에야 비로소 생명의 존엄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태아를 생명 있는 존재로 본다면 당연히 생명존엄은 유지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낙태는 함부로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많이 부딪치게 되는 질문은 “강간을 당해 임신해도 낙태하지 말라는 것아냐?”는 것이다. 천주교 쪽에서는 이 마저도 낙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수정이 되는 순간 영혼이 깃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적 입장을 떠나 이러한 질문을 만나게 되면 고민이 된다. ‘낙태는 안 된다’는 윤리적 기준을 들이미는 것은 임신한 사람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나아가 그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수 도 있기 때문에…….

다행히 모자보건법 14조는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에 대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1. 본인 혹은 배우자가 유전학적으로 장애가 있을 경우, 2. 전염성 질환이 있을 경우, 3. 강간 및 준강간에 의해 임신할 경우. 4.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이다.

낙태죄는 여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으므로 성차별적인 법조항이란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이는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제기하는 말이다. 남성도 형법 제30조(공동정범), 31조(교사범), 32조(종범)으로 낙태교사, 방조 혐의 등으로 처벌 받는다. 형량도 여성(정범)과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남성이 낙태에 대한 가담 또는 방조를 증명하기가 여성에 비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적 어려움은 법률을 보완함으로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출산의 결과가 비극이란 주장은 그
인권포커스 - 낙태죄 폐지 반대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가설이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으로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나 역시 부모님의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준비된 출산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말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은 당신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고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더불어 일부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14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성과 임신에 대한 교육을 좀 더 세밀하게 가다듬고 폭넓게 교육함으로서 다른 문제들은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낙태죄 찬반의 문제가 부디 남녀 간의 성의 문제나 종교적 입장에 따른 갈등으로 왜곡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