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동호’는 침몰할 것인가?
김정아
문재인 대통령의 대한민국 ‘노동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집권 3년차를 맞은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노동존중 사회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촛불에 숨죽였던 재벌과 관료 집단과의 더러운(?) 공모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노동3권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
5월 7일까지 열리는 4월 임시국회의 쟁점법안이 바로 ‘탄력근로제, 최저임금법, 노동법’ 등이다. 관련 법안의 강행 의지가 확인되고 있고, 노동계와 정부의 대치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5월 1일 세계노동절이 다가오는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기본권, 노동존중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절실하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개악은 현행 3개월을 6개월로 연장하자는 민주당과 1년으로 늘리자는 자유한국당 간의 공방 속에서 4월 임시국회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적인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다.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은 사고위험을 2배로 높이고, 11시간 노동은 심근경색을 3배로 증가시킨다. 10시간 이상 노동을 주 2회 이상 계속하면 우울증을 2.7배 이상 증가시킨다.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자마자, 다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시도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일부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과로사로, 과로사를 합법화하기에 더 악랄한 개악 시도다.
최저임금의 경우, 2020년 적용 심의 일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노동자의 주머니를 털어 사업주에게 상납한 국회가 노동기본권 확대는커녕 ‘개악’과 ‘더(more) 개악’ 사이를 저울질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강제로 늦추기 위해 노·사 당사자의 ‘직접참여’를 ‘간접참여’로 제한하고, 결정기준에 사업주 요구를 반영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및 결정기준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은 한술 더 떠 최저임금액의 1/6을 삭감하는 유급주휴수당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업종·지역·사업체규모·연령 등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법안 등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개악안을 던져, 최저임금 낮추기를 시도 중이다.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를 무위로 돌리는 역행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자영업자와 최저임금 노동자간의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경제구조 변화가 절실하다. 재벌에게 집중되는 부의 문제를 어떻게 협력사와 노동자에게 나눌 것인지, 또한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한 자영업자들에게 나눌 것인지 해법을 내 놓아야 한다. 일자리가 줄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을과 을, 병과 병들의 각축전으로 만들고,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퇴색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2019년은 ILO가 창립된 지 100주년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노동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ILO 191개 회원국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 98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줄기차게 약속했고, 지난 23년간 약속을 위반해 왔다.
노동기본권은 말 그대로 ‘권리’이기에 보장되어야 할 사항이지, 정부나 경영계 주장처럼 주고받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노사 간에 합의를 해야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며, ① 대체근로 전면허용, ②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③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④ 쟁의행위 찬반투표 요건 강화, 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 경영계 민원사항을 들어줘야만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노동권 후퇴로 이어질지 모르는 기막힌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노동조합 혐오법률로 묶어 놓고, 250만 명에 이르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부인하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내 몰고 있다.
박근혜 적폐정부 하에서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쉬쉬했던 내용들이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권이 ‘노동존중 사회’를 외치며,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호’가 침몰하면, 한국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다시 거꾸로 돌아갈 것임은 명확하다.
※ 김정아 님은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책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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