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4-30 13:45
[124호] 시선 하나 - 야쿠시마, 거긴 어디? - ①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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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 거긴 어디? - ①

김영해


3월 30일 오전 인권운동연대 박영철 대표를 비롯한 회원 6명은 야쿠시마 산행을 위해 일본 큐슈 최남단에 있는 가고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몇 년 전 몇몇의 회원과 자녀가 다녀온 야쿠시마 산행담을 종종 듣고 사진들을 보았던 영향일까? 나는 2차 야쿠시마 산행에 새멤버로 자연스레 합류했다. 아니 질러버렸다. 살아오면서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혼자 4일간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러 사정이야 있었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면 막연히 여행을 가고 싶다였지. 구체적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계획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슴 2만, 원숭이 2만, 사람 2만이 함께 살며, 한 달에 35일 비가 온다는 섬, 숲 전체가 이끼로 둘러싸여 있는 야쿠시마(屋久島)! 수령 수천 년의 삼나무숲과 이끼숲을 배경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를 만들었던 배경지다. 7,200살 삼나무가 살아있는 ‘태고의 숲’ 야쿠시마는 제주도의 4분의 1 크기로 1천m 이상 되는 봉우리만 46개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다. 최고봉인 미야노우라다케는 해발 1,936m. 199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신비의 섬에서의 산행은 그렇게 설렘과 기대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야쿠시마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항공편으로 가고시마까지 가서 배나 쌍발기를 이용해서 야쿠시마로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고, 다른 방법은 후쿠오카까지 항공편을 이용하고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 기차(신칸센)를 이용한 후, 배나 쌍발기를 이용해서 야쿠시마로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 일행의 야쿠시마행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숙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지만, 한국행은 후자의 방법으로 ‘톳비’라 불리는 배편과 신칸센 기차이용으로 조금은 힘든 여정이었다. 아직도 기억하기 싫은 ‘톳비’의 경험이란... 창으로 보이는 배옆면과 해수면, 하늘의 높이가 같을 수 있다니~ 대마도 배편 ‘코비’와 같다고 했던 누군가의 멱살을 잡을 뻔~ 그 누군가는 배에 오르고 좌석에 앉자마자 두 눈을 감고 목적지인 가고시마 항에 도착할 때까지 깨지 않았다.ㅠ

첫날 가고시마공항에 도착하고 인상적인 점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국내선 청사 앞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온천시설이다. 물론 온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휠체어장애인 을 위한 얕은 경사로와 연결된 족욕공간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공항 내 대기실에 평상으로 된 휴식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던 점이다. 위 두 시설은 장애인, 노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작은 편의시설임에도 나에게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이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도 모두를 위한 공공시설에서의 편의시설과 유니버셜 디자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시스템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야쿠시마는 작은 공항이라 프로펠러 비행기(쌍발기)만 갈 수 있다고 한다. 좌우 두 줄씩 약 80여석인 자리에 당일 실제 탑승인원은 4분의 1정도 될까? 프로펠러의 소음과 비행기의 흔들림을 예상했었는데, 웬걸 프로펠러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 띄엄띄엄 지나는 배들이 맑은 날씨와 함께 펼쳐져 있어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활화산인 사쿠라지마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까지 직접 확인하는 신비로움도 경험하고, 쌍발기 사진이 실린 엽서와 사탕을 제공한 승무원의 친절에도 감동하고……. 일행 중 쌍발기에 모자를 깜빡 두고 내렸는데, 공항 직원이 한걸음에 달려가 찾아주는 서비스까지. 쌍발기의 경험에 이어 야쿠시마 공항 직원들의 친절함이 이어져 예상을 벗어난 감동 그 자체였다. 야쿠시마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숙소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멀리 솟아있는 야쿠시마의 산들을 보며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될 산행에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안보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우리 일행의 야쿠시마 일정은 1일차 요도가와 등산로입구에서 출발하여 미야노우라다케 정상까지 오른 후, 산을 넘어 다카츠카 산장에서 1박을 하고, 뒷날인 산행 2일차에 조몬스기를 거쳐 시라타니운수 협곡으로 내려와 매표소 입구까지 오는 것이었다. 이틀에 걸쳐 약 25km정도를 걷는 일정. 산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별생각 없이 같이 가자고, 갈 수 있다고 활동가 가연쌤까지 꼬드겨 시작된 야쿠시마 산행은 그렇게 오전5시 예약한 택시를 타고 50여분쯤 달려간 요도가와 등산로입구에서 시작되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산을 향해 50분쯤 올라 요도가와산장(1,380m)에 도착해, 전날 숙소식당에서 주문해온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먹었다. 날이 점점 밝아지자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날짜를 정말 잘 맞춰온건지~ 아님 신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건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정상을 향해 올랐다. 맑은 햇살은 아름다웠고, 어른 2~3명이 안아야 할 정도의 거목들, 그리고 곳곳의 고사목들은 형이로웠다. 조금 힘들었지만, 정상까지의 일정은 그렇게 아름답게 기억된다. 그러나 정상을 넘는 순간 일행 앞에 펼쳐진 것은 ……. < 2편은 다음호에>

※ 김영해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