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수업에서도 ‘우리 아이’
슬로건이 녹아들 수 있기를...
○○○ 방과후 강사
‘우리 아이’, ’함께 라서 좋아‘, ’‘즐겁다 아이가’, ‘모두 내 아이’!!!
울산시 교육청이 울산교육비전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 슬로건 공모전에 접수된 717건 중 지난 20일 열린 시상식에 올라온 슬로건들입니다. 이중 ‘우리 아이’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시교육청은 이번에 선정된 슬로건에 대하여 향후 캐릭터 개발작업 등을 거쳐 각종 인쇄물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울산교육비전과 슬로건 모두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학교 방과후 수업이 민간위탁으로 이동해 가는 과정을 보면 울산교육청이 내세우는 교육비전과 슬로건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2018년 4월 26일자 울산광역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방과후 학교팀이 청렴한 학교운영과 관련한 안내문 첫머리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고 수업의 질이 높은 방과후 학교는 위탁업체와 개인 강사의 선정, 계약과 관리, 평가의 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합니다”고 되어있습니다. 즉, 교육청에서도 방과후 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는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과연 방과후 수업 민간위탁이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민간위탁으로 넘어간 학교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ㅈ초등학교는 방과후 수업을 민간위탁으로 넘기면서 기존 강사들을 그대로 채용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덕분에 이 학교는 외부적으로 별다른 문제들이 불거지지 않고 방과후 수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릅니다.
업체의 수입원은 강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수료입니다.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수료를 거둬들일 경우 강사와의 갈등이 우려된 업체는 수업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당연히 학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사항입니다. 정원이 늘었으니 수입이 늘 것이므로 수수료를 낸다 하여도 강사의 기존 수입금액엔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울산지역은 정원에 따른 수업료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원 10명일 때는 28,000~30,000원, 정원 12명인 경우엔 23,000~25000원, 15명 이상이면 20,000원 이하로 큰 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업마다 특성이 있고, 정원을 조절하여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덕분에 정원 제한이 없는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수업의 질이 높은 편입니다.
문제는 위탁업체의 수수료를 보장하기 위하여 정원을 늘리는데 과목의 특성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과목이 아닌 특성화된 과목들은 수업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위 초등학교는 10명 정원을 15명으로 늘렸습니다. 대신 수업료는 28,000원에서 23,000원으로 내렸고요. 부모들의 수업료 부담은 줄었지만,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1:1로 부족한 부분과 문제들을 해결해주어야 하는 수업은 자연스레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과후 수업을 위탁받은 민간업체는 강사들에 대하여 어떤 교육을 하고 있을까요? 업체는 1년에 2번 정도 전체 강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성폭력방지교육’이나 ‘심폐소생술 교육’등 입니다. 각 과목별 수업의 내용과 질을 담보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재나 교구 등을 이용하여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이 수업의 내용과 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각자의 몫입니다. 위탁업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입니다.
성폭력방지 교육 등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는 교육청에서 전체 강사들을 대상으로 정기교육을 진행하면 됩니다. 굳이 민간위탁업체에 맡기지 않아도 됩니다.
올해 민간위탁업체로 방과후 수업이 민간위탁업체로 넘어간 학교에서 3월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업체로 넘어가면서 새로 들어온 강사가 기존 교구로는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수업의 연계성이 끊어진 것입니다. 연결수업이 가능하다고 믿고 수강신청을 했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새로 다시 교구를 사든지 아니면 수강신청을 철회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즐겁고 재미있어 했던 수업이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내용이 완전히 바뀌고, 수업의 연계성이 끊어진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나 문제가 생겨도 선생님께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교육청은 앞으로 인쇄물에 ‘우리 아이’라는 슬로건이 인쇄되어 나오겠지요. ‘우리 아이’라는 슬로건이 녹아들어가야 할 방과후 수업이 펼쳐지는 현장에선 ‘우리 아이’에서 제외되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 당사자의 요청으로 필자를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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