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7-30 17:07
[115호] 인권포커스 - 우리 모두가 소수자임을 잊지 않기를…….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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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소수자임을
잊지 않기를…….

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제주예멘난민 추방을 원하는 청원이 70만 명을 넘어섰다.
종교적(이슬람)이유로, 남성이란 이유로, 일자리를 뺏어간단 이유로 난민혐오의 정당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많은 수의 이주민노동자가 이슬람이며, 남성난민이 추방된다해서 페미니즘 문제가 해결 날 지점도 없으며, 질 좋은 일자리에 난민이 가지 못한다는 말로 설득해보지만……. 역시, 많이 버겁다. 더 약한 존재(혐오할 대상)를 찾아 배제하는 것 말고는 해결방법이 없다는 공리주의적 논쟁은 심적으로 힘들게 한다. 나외엔 모든 것을 타자화 시켜버리는, 나는 절대 그 상황에 놓여지지 않을 것이란 쓸데없이 희망적 망상의 유령이 점령한 세상! 제발 우린. 모두는 소수자임을 잊지 않기를…….

예멘난민 분들이 제주도에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뉴스, 신문에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자세한 내용파악이 힘들어 제주로 직접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울산지역 지인 분들께 일주일 정도 모금운동을 진행하였다. ‘날다’란 이름으로 활동한 내용만으로 많은 분들이 모금에 동참해주셨다.
제주에 도착해 20명의 난민이 생활하는 쉼터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국무용 하는 분이 개인 작업실을 난민 분들의 생활공간으로 장소를 제공하셨다. 15평 정도 지하에 에어컨도 없는 공간을 20명이 함께 합숙하는 것은 너무도 열악해 보였다. 처음 제주도에 도착한 난민 분들은 유스호스텔에서 숙식하며 난민신청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가져 온 돈이 떨어져 호텔을 나와 노숙을 시작했다. 제주도민은 노숙하는 난민을 위해 가정집, 작업실, 일터를 내주며 그들을 도왔다. 내가 간 쉼터도 그중 한 곳이었다. 20명이 생활하다 숙식 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하여 떠나면, 노숙하던 난민이 충원되어 고정적으로 20명이 상시 머물고 있었다. 정부 도움 없이 개인사비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중이라 하셨다. 후원금을 전달하는 와중에도 경계하는 눈빛이 보였다. 기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해서 받았다. 제주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기자들이 취재차 쉼터를 빈번히 드나들었다.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기자들이 얼굴이 들어난 사진을 게재하고, 쉼터가 확인될만한 기사들을 속보로 내보내며 위치가 노출된 것이다. 난민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그곳을 수시로 찾아들어 돌을 던지고, 항의하고, 추방구호를 외쳐대는 고초를 겪었다. 나에게 경계의 시선을 두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20대 청년을 만났다. 예멘에서 요리사 일을 했단다. 얼마 전, 돼지고기 집으로 취업을 나갔다 되돌아왔다.(이슬람에선 돼지고기를 먹지도 않는데…….) 10일간 10시간 넘게 일하며 양손에 온통 물집과 화상자국이었다. 주인은 10일간의 임금도 주지 않고, 그 친구를 해고했다.(취업 후 임금체불 문제가 속속 터져 나온다.) 각박한 세상에 적응기간이란 사치인가 보다. 자신이 해고되는 순간까지 잘못한 부분을 고칠 수 있게 조언해달라고 사장에 부탁드렸다고 한다.

50대 난민은 총상을 입어 몸이 불편한 상태로 제주에 오셨다.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어선을 타게 되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수영도 못하며, 몸까지 불편한 상태에서도 생존을 위해 일했다. 노동 강도가 높고, 장시간 일을 하다 보니 총상 입었던 손이 마비되어 갔다. 사정하여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go work”란 대답만 돌아온다. 그길로 도망쳐 나왔다.(언론은 어렵게 쥐어준 취업자리를 배부른 난민이 걷어차고 나왔다 말하겠지만…….)

울산으로 돌아오던 날, 20대 친구는 치료가 끝나지 않는 상태로 양식장 일을 구했다며 너무도 기뻐했다. 물론, 일자리를 제공한 모든 분들이 이렇지는 않다. 극히 일부일 뿐이다. 자신의 농장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함께 일하는 분도 계시고, 에어컨 설치에 필요한 공구를 천천히 알려주시며 적응 순간을 웃으며 해결하는 분들도 계신다.(난민쉼터에 물과 빵까지 후원해주신다.) 제주도에도 이주민노동자가 많이 있다. 난민 분들이 일할 곳은 이주민노동자와 겹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이주민노동자, 난민 간 일자리 다툼도 조금씩 일어난다.(대부분 약자인 난민 분들이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걸로 마무리 된다.)
난 난민 문제에 관해 중립 위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설득하는 방식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작업현장에서 이주민노동자와 난민을 어떻게 구분하십니까?” 답은 ‘모른다’다. 그렇다! 그렇다면, 조금만 적응의 순간이 주어진다면 난민도 우리사회의 노동자로 충분히 편입가능하다.

올해는 제주 4.3 70년이다. 한번쯤 생각한다. 예멘난민 분들이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오셨다면? 혐오의 물결이 예멘난민을 고립시키지 않았을까? 계속된 배척과 수난의 연속인 제주도는 예멘난민을 한 아름 품었다.

군부의 폭정을 경험한 도민들은 내전의 아픔으로 고향 땅을 떠나온 이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제주도에 도착해 도민분들을 만나보니, 입장 차는 있지만, 난민 정착에 도와줘야 한다는데엔 큰 이견은 없었다.
정부는 1일자로 예멘 무비자 입국을 막아버렸고, 발 빠르게 출도금지 시켰다. 취업알선이란 이름으로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일자리를 합법화시켰다. 난민심사는 기본 8개월임에도 9월 안으로 모든 결정을 마무리한단다.
난민 지위를 인정한다면 모르겠지만, 결코 그런 움직임이라 생각되어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의심인가? 난민의 발 빠른 정착을 위해서 출도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 예멘난민의 문제해결을 제주도민에 국한시킬 수도 없고, 아랍권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어 숙식과 일자리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다.

혐오표현과 발언들이 넘쳐날 때,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미온적 움직임이 아쉽다. 혐오표현이 일상으로 터져 나올 때, 인권의 시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랬다. 더 이상 혐오선동과 무언비어가 꼬리 물지 않도록 단호한 칼을 들길 원했다.
지금은 틀려먹었다. 매스컴과 커뮤니티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난민 배제논리에 모든 세력들이 결집된 형태다. 국민을 무시한 문재인 정권의 탄핵을 요구하고, 난민을 몰아내고 한국여성을 지켜내자라고 주장하며, 남성 난민은 추방해도 타당하단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터져 나온다. 대중정당을 표방한 정당과 시민사회는 좀 더 지켜보자 아직도 뒷짐 지고 관망 중이다. 손으로 뭉쳐진 작은 혐오눈덩이가 배제로 단결된 눈바위로 진화되어 더 이상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대책위에도 이런 모습들이 선명 하게 보여진다. 자신의 입장을 들어내지 않으며, 능동적인 움직임을 해나갈 생각보단, 어떻게 이 문제에서 빠져나갈지 눈치 보며 고민하는 머리굴림 소리가 들려온다.(찔리는가? 당신을 향해 하는 소리다!)

배가 부른 것은 내전을 피해서 제주도로 온 예멘난민이 아니라 우리다. 지킬 것이 많아졌구나…….
생각의 차이로 난민에 도움 주기를 거부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배제를 위한 혐오표현과 발언은 사양한다. 소수자를 혐오하는 움직임에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모든 발언들도 사양한다. 비난해라! 나를 비난하는 것쯤은 아무런 해도 되지 않는다. 난민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소수자다.
뉴스, 신문에선 제주도 ‘예멘난민’ 문제라 쓰고, 읽고, 지칭하지만, 그들을 난민으로 볼 건가를 가지고선 갑론을박 한다. ‘난민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난민으로 인정하지만, 받아드릴 순 없다는 불안과 거부감이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난민이 난민이 되어선 안 되는 모순에 빠진 형국이다.


※ 날다님은 울산 녹색당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