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넘어
김중국
현대 사회에서 인권(人權)은 사람이 태어나는 동시에 가지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다. 인권은 인종이나 국적,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 신분이나 지위 등과 같은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부여되는 자연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948년 UN의 세계인권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사는 국가와 지역 그리고 계급, 직업, 성별만큼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었던 것이 인권이다. 사실 인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대부분이었지만..
언어에는 역사가 있다. 언어는 그 시대의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상황이 반영되어 언어 자체에 개념이 형성된다. 인권이란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인권이라는 개념은 동양보다 서양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어로 인권을 ‘Human Rights’라고 한다. ‘인간의 권리’라는 의미이다.
조효제에 의하면, 서양에서 인권은 ‘자연권’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사람의 권리’라고 변하였다고 한다. 초기의 Human 즉 사람은 양성이 아닌 남성만을 의미하였다. 근대를 이끈 프랑스혁명에서 조차 혁명의 주체인 시민은 남성을 의미했다. 서양에서 참정권이 여성으로 확대된 것이 20세기 초, 중반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인권이 무척 발달하였을 것으로 인식되는 서양도 남녀와 어린아이들 모두 비교적 동등한 차원에서 인정받은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편 동양 특히 유교문화권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인권은 서양의 그것과 관점에서 차이가 난다. 유교문화권에서는 권리라는 개념조차 근대에 들어와 형성되었을 정도로 인권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것이다. 제자백가의 출현과 함께 다양한 사상이 꽃피웠던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운영과 인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유교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우주에 속한 한 존재로 하늘에서 준 천명(天命)을 따라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왔다. 즉 인간이 살아가는 삶 자체는 하늘에서 준 것이며 그러한 천명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체 역시 천명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세상 만물과 인간 모두 그들의 본성에 따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보았다는 점은 서양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도올 김용옥은 이를 물권(物權)이라 한다. 물론 물권에 대한 주장은 논란을 가져올 소지가 다분히 있다. 인권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차별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물권은 시기상조라는 인식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최고 위치에 오르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너무 많이 강요하였다는 점이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시선 하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 지구의 곳곳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살고 있던 현생 인류와 유사한 종인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수많은 다른 생명체들이 대부분 사라진 흔적이 발견된다고 한다. 불 등과 같은 도구로 그 지역의 생명체들을 몰살한 것으로 추측한다. 유사 이래 인류가 저질러 온 행위들을 보면 그런 추측은 가능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생태계에서 인간들이 저질러 온 행태들로 인해 지구의 멸망 시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인간들의 편리한 삶과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언제까지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당연시하여야 할까..
아직도 지구상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인간으로써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고 살아야 하는 데는 누구의 이견도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제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사람 이외의 생명체에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바에 따라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다. 우리 인간들은 그 권리를 막을 권한이 없다. 지구라는 행성은 그들에게도 살아가야할 소중한 공간이며, 인간에게 인권이 당연한 것처럼 그들에게도 물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도올 김용옥은 ‘중용’ 강의에서 “우리 동양에는 사람 못지않게 세상 만물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귀한 마음씨가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여기 이 책상에도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20세기가 인권만을 추구한 시대였다면 21세기에는 바로 물권, 이 물권을 회복해야 합니다”라는 언급을 하고 있는데 향후 인권과 더불어 물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김중국님은 울산중구주민회 공동대표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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