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4-27 16:51
[112호] 시선 하나 - 차별이 무척 대수롭지 않은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7,038  

차별이 무척 대수롭지 않은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

박진영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가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뭐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얼른 수락을 했다.

2018년 4월2일 청와대 앞으로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전국적으로 4천명이 모였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인 부모들은 209명 삭발을 강행했고, 전국적인 서울 총집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발달장애국가책임제”

장애당사자들의 부모들은 이 정책을 요구하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자기 잘못으로 장애자녀를 낳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내가 이렇게 낳았는데 내가 다 돌봐야지..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사셨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집안과 사회의 눈치도 그렇다. 그렇다보니 끌어안고 숨기고 살았다.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 장애를 가진 자식을 혼내기 바빴고 그저 참고 살았고 계속적으로 오는 돌봄의 피로도 그저 나의 몫이라고만 여기고 살았다. 그저 무심한 관심도, 따뜻한 시선도 비난이라고 느끼는 피해의식도 있었다.

그러는 중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치매노인의 국가책임제’를 보고 치매노인에 대한 더 이상 가족의 책임이 아니고 사회의 문제이며 국가가 돌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치매 노인은 책임져주는데 왜 치매노인과 유사한 발달장애인은 책임지지 않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노인보다 기력이 세고 젊은 발달장애인(힘센 치매당사자라고도 이야길 한다)들도 국가가 책임지라는 부모들의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열 달 뱃속에 품은 아이가 장애인 것을 받아들이는데 또한 시간이 한참 걸렸고 자책과 원망의 시간으로 세월을 보내고 가정에서 치료와 여러 가지 것들을 보내며 다른 가족구성원들은 가족과의 교류를 잃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자녀 일을 걱정하며 편안한 밤을 보내지 못하는 발달장애 가정을 국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같은 말을 하루에도 수백 번을 하는 자녀, 언어가 되지 않아 행동으로 과하게 표현이 되는 자녀, 가둬두지 않으면 사고가 나는 자녀, 같은 단어를 아무리 가르쳐줘도 안 되는 자녀, 그럼에도 지체장애처럼 신체적으로 불편하지 않아 오해를 사는 자녀, 그 자녀가 사회에 노출될 때 극도로 불안한 부모들, 치매노인은 기운이라도 없지만 발달장애자녀는 기운도 좋고 힘 조절도 잘 안 된다.

울산장애인부모회에 온지 만1년이 지났다. 무척 많은 당사자들을 만나고 민원전화를 받는다. 그중에 대부분은 부모들이 주눅만 들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만 했더라면 처리되는 간단한 과정들이 있다. 이렇게들 사회에서 공격받고 눈치보고 사셨구나 하는 속상함에 더 많이 분노하기도 한다.

차별은 별게 아니다.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이 싫다고 느낄 수 있다. 단순하게 느낌으로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우린 그걸 일일이 입으로 행동으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차별은 소수이고 약하다고 느끼는 존재에게 싫다, 나쁘다 라고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난 단순히 말만 했을 뿐인데..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그것이 상대에게 말이 아니라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일 경우는 더욱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잘 볼 수 없는 도시 울산. 이 울산에서 발달장애인을 잘 만날 수 있게 해보려고 한다. 발달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주었으면 한다.
다니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는 당사자이지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언어를 쓰는 그들에게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 라고 혼을 내지 말기 바란다.

장애인이 편안하게 지역사회에서 같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들을 좀 더 바라보고 좀 더 기다려주고 채식주의를 위해 메뉴를 준비하듯 우리도 조금씩 묻고 배려할 수 있는 넉넉함을 가졌으면 한다.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의 긴 호흡을 이제 다시 준비하고 시작했으면 한다.


※ 박진영님은 울산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