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30 16:00
[142호] 인권 포커스 - 현대중공업의 1,415명 대규모 징계는 명백한 노동탄압!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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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1,415명 대규모 징계는 명백한 노동탄압!
- 구조조정과 두 번의 법인분할로 고통당하는 노동자의 마음 헤아려야 -


김형균


2019년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은 대다수의 현대중공업 구성원과 울산시민 82%도 반대한 사건이었다.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인수와 현대중공업이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분할계획서에 단체협약과 노동조합의 승계 내용이 명시되어있지 않았고, 분할 이후 고용불안 등이 우려되어 반대했다. 또한 분할과정에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은 모회사가 가져가고 부채는 자회사에 남기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지면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도 반대했다.
울산시민들은 1974년 현대중공업 회사설립 이후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성장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향토기업의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의 대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들이 정한 기준과 일정에 따라 법인분할 법적인 요건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구조조정과 2017년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이용한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알짜회사인 오일뱅크와 글로벌서비스를 지주회사에 붙여서 막대한 현금배당으로 재벌총수와 그 아들에게 836억 원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큰 배신감에 빠졌다.
그런데 또다시 물적 분할을 하겠다고 하니 노동자들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법인분할 반대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2019년 2월 20일 전 조합원 쟁의행위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본격적인 반대투쟁에 돌입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법인분할의 배경을 대우조선 인수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국내외 공정위 심사 절차가 남아있는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 일방적인 진행을 중단하고 법인분할 과정에서 나타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투쟁에 나서자 회사는 울산지법에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냈으나 2019년 5월 10일 기각되었다.
5월 16일, 조합원들이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5월 21일 대표이사는 담화문을 통해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법적인 효력이 있는 분할계획서에 명시하여 공개하지도 않고 고용안정은 ‘노력 하겠다’ 정도여서 회사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었다. 조합원들은 5월 27일부터는 주주총회장으로 예정된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며 주주총회를 중단하고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이 한마음회관을 점거하자 지역주민과 전국의 노동자들이 연대하며 현대중공업의 일방적인 법인분할 반대투쟁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5월 31일 주주총회 장소를 급히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옮겨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졸속으로 통과시켜 버렸다.

법인분할 이후, 회사의 일방적인 법인분할에 항의하며 노동자들의 파업은 더 커지고 불만도 높아갔지만 회사는 사태를 수습하고 노동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415명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등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다. 회사는 법인분할 반대파업이 그 목적과 절차에 있어서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조합원들은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승계, 고용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회사의 책임이 분명함에도 그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영상 결정에 맞선 파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정당한 파업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절차상 다소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이 때문에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는다는 다수의 노동법 학자의 견해와 판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5월 16일 파업에 앞서 울산지방법원에서 파업금지가처분이 기각된 것이 파업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노동자들은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가했다.
설사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이 지도부에 있는 것이지 파업찬반투표를 거쳐서 정당한 파업에 참여한 일반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파업을 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규모 징계가 시작되자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징계사건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 구체 신청에 대한 심문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들이 다뤄지고 있다. 지노위 심문위원들도 현대중공업 회사의 대규모 징계 문제를 노사가 원만하게 풀기를 바라면서 화해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1년 반이 넘도록 2019년 단체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와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등의 현안문제와 함께 원만하게 마무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자신들이 정한 ‘원칙’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최종 타결을 막고 있다. 회사가 주장하는 ‘원칙’은 모두 스스로 만든 현안문제(징계, 고소고발, 손배가압류)인데 이를 지키겠다며 교섭 타결을 막는 상황이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과정을 정확히 살펴서 대규모 징계가 명백한 노동탄압 임을 밝혀낼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지난 5년여 동안 구조조정과 두 번의 법인분할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또다시 부당징계까지 당하는 등 고통의 연속인 노동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의 일방통행식 노무관리 관행, 대규모 징계,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등을 통한 극한의 갈등구조를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가 중단되는 계기를 만들고, 불신의 매듭을 풀어 현안 해결과 함께 노사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형균 님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정책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