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31 19:13
[139호] 열린 주방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5,045  
열린주방 이야기는 경계를 허물고 넘나든다.

열린주방에서 나오는 이야기 거리는 풍부하다 못해 넘쳐난다. 정치현안에서부터 인권에 대한 개념을 넘어 생활 속 지혜와 맛 집까지. 때로는 술과 요리도 말안주(때론 말이 안주가 되기도 한다)로 들어온다.

말머리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해시테그였다. 정의당이 주축이 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응원 해시테그를 고민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미 나와 있는 ‘#나중은 없다. 우리가 있다.’, ‘#우리에게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보다 더 대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문장은 없을까? 이번에도 혐오세력은 조직적으로 공격해 올 것이다. 함께 대응하고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특히 절대 다수당이 되고 전체 상임위원회를 장악한 민주당에 대한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민주당 역시 책임정치에 대한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울산시의회 역시 마찬가지 형태다.

이야기가 시나브로 책임정치와 민주주의로 넘어가 버렸다.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제도는 승자독식 구조다. 총선방식을 보자. 득표수가 1표라도 더 많으면 모든 권한을 움켜쥐게 된다. 절대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런 만큼 책임정치의 무게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냉정하게 평가받으면 된다. 승자독식이 잘했다 잘못했다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민주주의는 형식이자 절차다. 민주주의의 본령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절차로서 민주주의제도가 운영되어야 하지만, 그 시끄럽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있어야 한다. 그 가치를 얻기 위해서 힘들지만 민주주의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는 ‘인권’이다. 인권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든 사람의 존엄을 보장하는 사회다. 사람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사회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모습이 절차의 문제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거대담론은 많이 이야기 된다. 그런데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일까?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과정은 어떠해야 할까? 삶과 사고 속에 무엇을 담아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형식이다. 형식에 매몰되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요구된 이유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을 선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다수의 주장과 요구가 이행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처럼 호용되고, 공론화 과정이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다수가 곧 민주주의다’라는 틀에 얽매이면 대중추수주의에 빠져버린다. 전체주의로 향해 갈 수도 있다. 다수의 의견이 정당성을 부여받는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갑자기 요리를 올리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나더니 젓갈로 주제가 넘어간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공감하는 말.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젓갈과 같이. 오늘도 ‘열린주방’의 이야기는 수시로 주제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