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30 14:25
[135호] 시선 둘 - 다다익선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5,340  

다다익선

이미영



TV와 신문, 인터넷 게시판 등 온통 코로나19로 난리이다. 나라에서는 학생들의 개학도 연기시키고 교회의 예배, 법당의 법회, 성당의 미사 등 종교 활동도 자제를 권고하고, 지자체장들은 집회 허가도 잘 내주지 않을뿐더러 스포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하기도 한다. 사람이 직접 가서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는 곳들은 대부분 손님이 줄었고 마스크도 평상시보다 2~3배 오른 가격으로도 구매가 힘들어 구매행렬이 길게 이어지며 우선 필요한 사람에게 보건용 마스크 양보하기 캠페인까지 하며 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고 정책을 홍보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할 시기에 졸지에 지역 방역원이 되기도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1968년 백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독감과 2009년 맥시코에서 발생하여 한국에도 80만 명 이상 감염과 270명이 사망한 신종플루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셋째로 이번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니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뜻의 팬데믹을 선언하였다. 이에 발맞추어 세계 각국의 수뇌부는 전시, 혹은 버금가는 상황으로 코로나19에 대응을 하기 시작했고 각 나라의 금융, 주식시장은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어떤 나라들의 마트에서는 생필품들이 동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병의 증상을 보면 그냥 독감이랑 비슷해 보인다. 일단 이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분명 독감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게다가 치사율도 높지 않아 보이고 실제로 완치한 사람들도 상당히 나왔고 특정 종교인들만 아니었다면 크게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지 싶고 어차피 매년 유행하는 독감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텐데 그냥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의문점도 가질 수 있다. 매년 독감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의 수나 이번 코로나나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실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서 독감으로 인해 사망한 인구는 연평균 2900명으로 분석됐다. 우리 옆 나라인 일본은 위의 이유 때문에 고의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대처 없이 손을 놓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최대한 전파가 억제되는 ‘느린 팬데믹’ 상황을 만들어야 된다. 그 이유는 첫째 이번 코로나19는 단순 독감보다 전염력이 수배는 강해 퍼지는 속도와 감염력이
차원이 다른 점에 있다. 바이러스의 동선을 막지 못해 대량 감염 사태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국가의 면역체계인 의료 시스템이 마비된다.
병원, 병실, 의사, 의료 장비 등이 감당 가능한 환자의 수는 한정되어있고 갑작스레 늘어난 환자로 의료진의 감염도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의료진 감염으로 의료진 부족 혹은 병원 폐쇄 상황 발생 시 단순 치료만 받으면 호전될 수 있는 환자들이 병실이 없어 혹은 병원이 마비돼서 상황이 악화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둘째 이번 코로나19는 단순 독감보다 치사율이 상당히 높다. 독감의 치사율이 평균 0.1퍼센트 미만인데 제일 상황이 좋은 한국조차 0.9퍼센트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고 WHO평균은 3퍼센트 대이고 무려 8퍼센트 대에 육박하는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도 있다. 이런 무서운 현상을 단순하게 봤다가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끔찍하지만 누구를 살려야 될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될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제일 중요하고 당연한 이유가 있다. 인간의 존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혀있다. 지금 보면 숨 쉴 때 옆에 있는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이 정의로운 가치는 우리와 우리의 조상님들이 수없이 많은 희생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이다. 우리는 이 가치를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는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먼저다.

우리는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 백신을 개발할 것이고 그전까지 나라의 면역체계가 백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을 해야 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또한 불평 없이 모두를 위해 약간의 희생도 감내하는 멋진 시민의식의 조화로 우리는 ‘느린 팬데믹’ 상황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정상적으로 나라의 면역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비록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손실도 많지만 국가는 국민들을 믿고 존중하고 국민들도 국가와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사회적 신뢰와 사회적 자본의 증가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값진 보물이 되어 한층 성숙해지고 나라다운 나라에 크게 다가갈 것이다.

※ 이미영 님은 울산시의회 부의장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