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2-27 17:28
[132호] 시선 둘 - 인권활동가 ‘쉼’ 프로젝트 후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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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활동가 ‘쉼’ 프로젝트 후기
(2019.11.23.~11.26)

윤경일


2019년 인권활동가 ‘쉼’ 프로젝트는 대만의 타이페이로 다녀왔다. 11월 23일 13시에 대만 타오위안공항 도착, 시내인 타이페이역으로 직행하는 공항철도 MRT(보라색) 탑승했는데 우리나라는 11월 말 한겨울에 접어드는데 대만은 아직 늦여름 날씨! 과도한 에어컨으로 몸이 다 으쓸으쓸 했다. 바람막이 같은 옷을 필수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여행팁이다.

맨 처음 방문한 아마 위안부박물관은 작고 아담한 2층 상가 건물인데 리모델링으로 박물관을 만들었다. 대만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터뷰, 사진, 그리고 조금 특별한 인테리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안내데스크의 공정커피는 내 입맛과는 맞지 않는 공정하기만 한 아이스카라멜마키아또였다.
18시 정도에 용산사 인근 숙소인 시저메트로 타이페이 호텔에 체크인하고 용산사 인근 화시지에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대만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식당에서, 돼지고기 볶음밥 같은 걸 먹었는데 모두 맛있다는 이야기는 안 한 걸로 기억한다. 인산인해의 사람과 이국적인 냄새, 그리고 음식들, 울산에도 이런 야시장 하나쯤은 있으면 좋을 텐데 싶었다.

다음날인 24일 조식을 편의점 삼각김밥 등으로 때운 후 걸어서 용산사를 관람했다. 근대에 중건하긴 했으나 대만에서 오래된 사원으로 불교, 도교, 토속신이 융합된 사원이고 한국과 다른 점은 역시 화려한 도교식 지붕이 되겠다. 용산사 관람 후 계속 걸어서 보피랴오 라오지에 거리를 걸었는데 근대식 건물지구를 정비만 하여 문화거리로 만든 곳으로 여러 가지 예술 활동의 근거지로 활용되는 듯 했다. 그리고 한켠에 홍콩시위에 관한 코너를 만들어 시위영상과 여러 가지 자료를 게시해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계속 걸어서 총통부 등 대만의 관공서 건물들을 지나 2.28 평화공원으로 입장, 기념탑, 기념관을 관람하였다. 1947년 2월 28일은 대만으로 넘어온 장개석 정부의 부패에 반대한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학살된 사건에 대한 추모공원을 조성한 것으로 기념관에는 마침 우리 제주 4?3사건에 대한 특별전이 마련되어 국가폭력에 대한 아시아적, 인류사적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걸어 중정기념당을 관람했는데 중정은 중화민국의 초대총통인 장개석의 본명으로 그의 통치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을 세워놓은 곳이다. 이곳을 자유광장으로 꾸며 놓았고 좌우에 거대한 국립음악당, 극장을 세워놓았다. 중식으로는 간단히 일식에 가까운 식당에서 생선구이 같은 것을 먹고, 지하철 및 택시를 타고 징메이 인권박물관을 관람했다. 그나마 한국어로 된 해설기가 있어 각 건물을 이동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 징메이 인권박물관은 장개석 이후 38년간 이어진 계엄령 통치기간을 백색테러로 명명하고 그 시절 겪었던 인권침해를 정치범교도소를 잘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신시절을 생각하면 시대적 감각은 이해하리라 본다.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을 먹을 때인데 어제 중화풍 음식에 고개를 흔든 활동가들은 화로구이집에 가서 얇게 저민 고기와 중국산 김치를 실컷 먹었다는 후문이다.

셋째 날은 택시투어를 하기로 한 날인데 진정한 쉼프로젝트였다. 타이페이에서 50여 분 떨어진 북쪽 해안의 예류 지질공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있었고 바람과 파도가 깍은 사람 모양 등의 바위들은 볼만했다. 그리고 스펀의 풍등 날리기, 오징어 튀김, 일본이 식민시절 금을 캐기 위해 만든 진과스 마을의 황금박물관과 광부 도시락, 지우펀 야시장의 좁은 골목 등 기억에 남을 만하였고, 저녁에 비가 와 타이페이 야경을 못 본 101타워도 아쉬웠다. 그리고 8시가 넘어 먹은 키키레스토랑의 부추볶음은 다른 어떤 메뉴보다 기억에 남지만 다음날 바쁘게 먹은 공항에서의 그 메뉴는 다른 곳 다른 맛이었다.

마지막 날은 귀국하기 위한 날이었다. 천천히 일어나 먹을 것 없는 호텔 조식을 먹고 맛없는 소금 커피를 나눠 먹은 후 공항으로 가 16시에 김해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4일간 버린 입맛을 위해 웅촌식육식당의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고 해산하였다.

대만도 동아시아의 일부로 근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와 같은 또는 다른 아픔을 가진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우리 회원들도 그 기억을 함께 할 수 있는 인권기행을 기획해주었으면 좋겠다.


※ 윤경일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이며,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