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
장강명 저 / 민음사 2019 / 정리 : 김창원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한낮의 노동과 경제 문제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 작가의 말
<산 자들>은 “한낮의 노동과 경제 문제들”(작가의 말)을 다룬 연작 단편집이다. 해고와 파업, 철거, 취업 등 경제현장의 문제를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세 묶음으로 나뉘어 실렸다. ‘산 자들’이란 책 제목은 해고문제를 다룬 단편에서 따왔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그들은 ‘죽은 자’들이었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산 자’가 되었다.”
각각의 단편들 속에서 우리는 선악과 피아, 갑을이 구분되지 않는 경계들과 마주하게 된다. “저희도 같이 좀 살면 안 됩니까?”라는 해고 노동자의 절규와 “다는 몰라도, 저 새끼들 중에 몇 놈은 절대 받아 주면 안 되죠”라며 이를 가는 생존자의 분노가 충돌하고 급기야 유혈 사태로 치닫는다. 팀 전체를 대기발령 해 놓고 그중 몇몇을 개별 접촉하는 회사와 겉으로는 집단행동을 하면서도 “우리 다 각자도생하는 거”라며 제 살길을 따로 찾는 노동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난립한 세 빵집의 무한 생존 경쟁, 계약직 보조 직원의 해고를 둘러싼 갈등 등.
저자는 독자와 만나면서 말했다. “어떤 사회적 문제가 터질 때 우리는 한쪽으로는 구세주를 찾고 다른 한쪽으로는 악마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명쾌한 답은 없다’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이번 제 책을 읽고 나면 무력감과 불편함, 그리고 그로테스크함이 우리 시대의 실상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인식하는 세계가 회색이고 나의 태도도 회색”이라는 저자는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자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덧붙인다. “어떤 비인간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게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는 사람들을 그런 상황에 몰아넣은 톱니바퀴를 확인해서 뺄 건 빼고 늦출 건 늦추는 해결책을 마련해야죠. 그 해결책이 속 시원한 성질의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산 자들>을 읽다보면 나와 마주한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불편함도 함께 다가온다. 그 불편함과 마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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