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29 18:01
[123호] 시선 하나 - 2019 인권교육 강사양성과정을 마치며 ②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6,319  

2019 인권교육 강사양성과정을 마치며 ②

김신연


저의 두 손에 수료증이라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 종이가 새해에 이룬 첫 성과라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을 살포시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리고 씨익 웃어봅니다.
작년 12월 지인으로부터 인권교육 강사 양성과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강사를 하면 좋겠다는 단순한 동기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알면 그것을 쉽게 풀이하여 다른 이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권에 대하여 잘 들은 후 강사를 할 수 있다면 제 경력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생각은 첫 강의부터 벽에 부딪쳤습니다. 인권감수성를 키우라는 최민식 강사님의 말씀부터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충격에 휩싸인 저는 인권이라는 단어에 지식이 아닌 다른 뭔가를 덧입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후의 강의들은 각 분야별 인권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실생활에서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인권을 위트와 정열로 강의해 주신 오완호 강사님, 내 편견을 밑바닥까지 깨 주었던 장애인 인권을 강의해 주신 성현정 강사님, 강의의 교안을 보여주신 아동?청소년 인권을 이야기 해주신 양유희 강사님, 지금껏 여성에 대한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것들을 깨닫 게 해주셨던 강혜련 강사님 등.... 많은 인권의 파편들이 제 머리에 남고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모든 강의를 듣고 시연을 준비하라고 할 때는 저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 여기며 원망과 염려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하다 보니 머릿속에 떠돌던 인권의 다양한 모습들이 잘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동기(?)분들이 준비해 온 자료들을 보며 한 가지 주제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습니다. 다양한 인권에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어 저의 시각도 넓어지고 감수성도 발달하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큰 감동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인권교육 프로그램 실제 및 교안 구성 실습을 강의해 주신 날맹 강사님의 말씀입니다.

“인권교육은 기법이 아니라 철학이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면서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난 지금껏 인권교육의 기법만을 배우려고 앉아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인권에 대한 철학도 없으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강의를 하려고 하는 철없는 생각과 무책임함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먼저 인권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위해서 나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새로운 관계에 참여하는 또 하나의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인권감수성을 민감하게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저에게 혜안을 선물해 주신 인권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김신연 님은 2019 제4기 인권교육강사양성과정 수료생이며, 울산시민아이쿱 생협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