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체투지로 결의한다!
김미영
발달장애인 비극적인 참사, 근본적인 대책 마련하라!
2024년 06월 04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야외전시장 앞에서 (사)울산장애인부모회,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및 지역 연대단체 130여 명이 모여 울산광역시 시청 남문까지 오체투지로 행진한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매년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특수교육진단의뢰서를 작성하고 진단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모든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급당 정원이 유치원 4명, 초등학교 6명, 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기 때문에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들은 대학입시 눈치작전보다 심한 경쟁을 뚫고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 배치됩니다. 아이가 집과 가까운 학교로 배치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은 스트레스가 되어 제 머리는 하얗게 변했었고 어떤 어머님은 눈꺼풀이 내려앉았었습니다.
이렇게 힘겹게 들어간 학교는 어떻습니까?
오체투지 행진에 함께하기 위해 오신 많은 학령기 부모님들은 오늘도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을 압니다. 우리는 매일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과 함께 죄인이 되어야 합니다.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지원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분리와 배제가 당연한 차별의 현장을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특수라는 이름이 붙은 기관이 들어온다 하면 ‘공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외곽지역으로 가라’, 어린이집 유치원생들도 하는 통합교육이건만 ‘장애아이들과 동선 겹치지 않게 출입구 분리해라’, ‘건물 분리해라’, 자신들은 ‘장애인을 혐오하거나, 장애인시설을 기피시설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지역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라’라고 합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아이가 영유아기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장애에 대한 막막한 불안, 학령기에는 언제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불안, 성인기에는 아이가 어느 기관을 다닐 수 있을지 직업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끝 모를 불안, 우리는 이렇게 매일 고민과 불안 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이용자의 고유성과 자기 결정은 무시되고 제공기관과 제공인력에 맞춰진 제한된 시스템, 일원화되고 연계되지 않는 시스템, 개인의 정보력으로 직접 신청하고 선정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시스템, 지역 안으로가 아닌 사회 밖으로 분리되는 시스템, 이 나라는 비장애인만 존재할 수 있는 곳인듯하여 우리는 외롭고 처절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습니까?
우리는 누구도 죽음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세상이 멸망해서 다 같이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얼마 전에도 들었으니까요.
2022년 10건, 2023년 10건, 2024년 올해만 해도 3건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 참사는 개인이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극도로 부족한 정책과 지원체계로 인한 재난이었습니다. 작년 이곳 울산에서도 아버지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사망케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죽어야 합니까? 아직도 부족한 겁니까?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이 삶을 우리가 이렇게 온몸으로 바닥을 기면서까지 사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아이 만큼은 제대로 사람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그것 하나입니다.
귀 닫고 눈 감은 이 나라 이 정부는 발달장애인 전수조사 실시해서 제대로 된 지원대책 마련해야 합니다. 당신들이 귀 닫고 눈 감은 이 순간 누군가는 또 벼랑 끝자락으로 아슬하게 내몰리고 있을 것입니다.
오체투지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줍시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내고 있는지 보여줍시다.
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바꿉시다.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방지정책을 마련하라!
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하라!
셋.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 구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하라!
넷. 발달장애인을 위한 포괄적 지원 및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하라!
※ 이글은 2024년 6월 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순회투쟁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보호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 울산결의대회>에서 김미영 (사)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 총무의 투쟁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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