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7-03 21:55
[150호] 시선 둘 ? 자치경찰제, 낯선 시작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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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낯선 시작

김지훈


7월 1일. 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경찰’과 ‘자치’가 결합한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낯설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될 정도로 오래되었다지만(이렇게 오래되었다고?) 실행 자체가 이렇게 급속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경우 2006년부터 시범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고는 하나 우리의 체험으로 인지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작년 말,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자치경찰제 실시가 결정되었다. 그렇다 보니 대체 국가경찰은 뭐고, 자치경찰은 뭔지 그리고 치안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방안은 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없이 시작된 점이 있다. 아마도 자치경찰제 실시과정에서 이러한 출발이 남긴 불협화음을 상당 기간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행정(단체장-의원), 교육(교육감), 소방과 같이 그간 중앙행정 중심에 있던 권력 기구들을 점차 지방 단위로 확대시켜온 결에 서 있다. 시민안전, 시민치안과 관련된 부분도 국가 단위와 지방 단위로 구분해 시민생활의 보다 가까운 부분에서 실행하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치경찰의 주요 업무는 ?생활안전분야(생활안전 관련 순찰 등) -교통(교통단속, 관련 시설물 관리 등) -생활폭력(학교, 아동, 여성, 노인 등) -각 상기분야 관련 수사(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범죄, 경범죄 등)로 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이렇게 구분되어 있다고는 하나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어떻게 수사업무가 분장 될 것인지는 아직 모호하다. 비단 이런 업무분장 뿐만 아니라 ‘자치’와 함께 이와 동반되는 ‘시민참여’에 대해 행정/교육분야의 공무원들이 이해와 제도 확대에 상당 기간 시간이 걸렸듯/걸리고 있듯, 이보다 더 수직적-권위적 체계에 익숙했던 경찰들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현재까지 구성된 전국 각지의 자치경찰위원회(자치경찰제 실행의 핵심기구) 구성을 보아도 그러하다. 현재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성되었는데, 104명의 위원 중 경찰 출신이 23명(22%)이다. 여기에는 경찰학과 교수 14명이 빠져있어 이들을 포함할 경우 37명(35%)이나 된다. 아무리 초반기라 경찰 임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는 하나 구성의 1/4이 넘는 상황에서는 시민과 자치에 대한 흐름보다는 경찰위주의 운영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당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위원장 및 사무국장직에 경찰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분석대상 14곳 중 11곳의 사무국장이 경찰출신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여성의 구성비도 굉장히 떨어져 19명(18%)에 불과했다. 여성위원이 전무한 곳도 있었다. 인권 관련 전문지식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이 역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스로 인권 분야 지식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답변한 이들이 30명이 되나, 그 이력과 활동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상당 정도 거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경우 타 지역 상황에 비해 비교적 나은 상황이다. NGO 출신의 위원장과 2명의 여성위원, 인권분야 활동 경력인사가 3명으로 자치경찰제 안착을 위한 어느 정도의 구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워낙 타 지역에서 경찰중심의 인력구성으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장년 남성 중심의 구성되어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 점은 각종 생활치안(성, 가정, 장애인 외)등 자치경찰이 다루어야 하는 업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에 경찰권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나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과의 정치적 관계가 우려되는 곳도 있다. 지방의회 추천이 여야합의가 아닌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곳도 있었다.

자치경찰제가 시작을 하지만 현재의 모델이 유일한 방식이 아니다. 자치경찰이 맡고 있는 업무를 아예 경찰청 조직에서 분리해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나 자치경찰위원에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방안, 자치경찰위원장을 주민투표로 뽑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자치경찰의 핵심이라 할 주민참여를 어떻게 제도화,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고민하고, 시도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 부활(1991년. 지방의원 선거) 30년을 맞이하는 오늘도 행정자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생활치안과 자치경찰을 위한 시민의 다양한 노력과 많은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독재와 반공주의, 절대적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 온 우리 사회에서 경찰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권력이다. 그 권력을 얼마만큼 시민들이 제어하느냐, 시민을 위해 활용되는 권력이 되느냐는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다. 인권경찰, 시민참여 경찰을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 김지훈 님은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