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7-03 21:47
[150호] 이달의 인권도서-『 ESG 혁명이 온다』- 김재필 저 / 한스미디어 2021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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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혁명이 온다

- 성과에서 가치로, 새로운 미래의 혁신적 시그널과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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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저 / 한스미디어 2021 / 정리 : 오문완


ESG가 뜨고 있다. 2∼3년 전부터 투자자 및 금융, 컨설팅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다가 2021년 들어서부터는 신문, 잡지, 뉴스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ESG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 분석을 통해 ESG라는 키워드로 2020년 3월부터 2021년 1월까지의 국내 관심도 변화를 보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ESG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ㆍ사회(Social)ㆍ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의 비(非)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재무제표나 현금흐름과 같은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투자하겠다고 만든 기준이 바로 ESG이다.

과거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기업은 방법이야 어떻든 많은 돈을 벌고 높은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었다. CEO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든, 공장에서 폐수를 흘려 환경을 오염시키든, 직장 내에서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든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만 내준다면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오로지 재무제표상의 실적이었다. 그런데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한 리먼 쇼크 이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등의 기후 이슈와 인종차별, 인권보호 등의 사회적 이슈까지 대두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차 강조됐다. 실적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기업 환경은 주주의 이익, 직원 복지에 대한 책임, 공공선에 대한 기여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했고, 소비자는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고 이제 투자자들은 투자결정 과정에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글로벌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까닭이다.

이 책은 전 세계에 걸친 ESG 열풍을 소개한다. 2021년 소비자 가전박람회(CES)에서 애플의 CEO 팀 쿡은 중대발표를 한다. 그런데 그 ‘중대’하다는 게 애플카도 신형 아이폰도 아닌(아이패드도, 애플워치도 아닌) 1억 달러 규모의 인종차별 방지 이니셔티브(Racial Equity and Justice Initiative: REJI) 프로젝트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법률책임자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기술의 ‘양면성’을 언급하면서 기술을 만드는 개인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기술에는 양심이 없다. 양심은 우리에게 있다. 기술이 좋게 쓰이든 나쁘게 쓰이든, 그 방식은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세계에 공헌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는 연례 서신에서 새로운 자산 운용 기준으로 ESG를 내세우며 “앞으로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는 결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폭탄 선언과 함께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ESG 투자 기업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ESG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 재벌들도 2021년 신년사를 ESG로 도배한 바 있다. ESG가 기업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이자,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기준이 된 셈이다.

물론 ESG에 어두운 면도 있다. 기업들이 친환경이니 녹색경영이니 하면서 앞에서는 외치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을 ‘그린워싱’이라 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2007년 12월 캐나다의 환경 인증기관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the Six sins of Greenwashing)>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종이를 만드는 제지업체가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파괴는 공개하지 않고, 재생지 활용만 홍보해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는 식이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기후 위기 대응이 미진한 기업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고 감시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그 기준은 스코프 1, 2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스코프 3단계는 탄소 배출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정도로만 언급할 분 그 이상의 규제나 투자 지침은 없었다. 이 어두운 면을 어떻게 제어할지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 스코프 1 : 석유회사가 보유한 시설·설비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 스코프 2 : 석유회사가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배출량
- 스코프 3 : 석유를 사용하는 제품에서 나오는 배출량


책은 에필로그로 ‘ESG로 다시금 깨달은 일상과 상식의 소중함’을 말한다. “비뚤어진 자본주의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어도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벌라는 것이 ESG의 본질이다.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 상식적 방법으로 얼마든지 돈을 벌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ESG가 추구하는 목표이자 이상이다.”

저자는 이 책이 ESG 입문서라고 밝혔듯이 ESG를 차근차근 잘 설명해줘 실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E(환경)에 비해 S(노동권을 비롯한 인권)나 G(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내용은 빈약하다는 건 아쉽다. E와 S와 G는 한 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