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방역대책
이영환
무더운 장마가 이어지면서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위축된 경제활동은 심각한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고 더욱 삶이 힘들어 지는 것만 같은데 순차적으로 경로당 등이 문을 열어 무더위 쉼터로 활용된다고 하니 연로하신 분들께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이 앞을 알 수 없는 어려움으로 지나고 있지만 그중에도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외항선원의 고충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의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는 응당 지켜져야 하지만 해외 취업 선원들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정부당국에 일괄적인 자가격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완화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으나 미흡한 대책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고 선원노련은 주장하고 있다.
외항선원들의 직업 특성상 부모, 형제, 처자식과 떨어져 생활하다 귀국길에 올라 한시 바삐 가족의 품에 안기고 싶은데 강제 자가격리로 휴가를 소진하고 생이별이 연장되니 얼마나 안타까울지는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정부당국과 선원노련이 현명한 타협책을 마련해 일괄적인 의무 자가격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가 외항선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HIV)이 번져나갈 때 유독 외항선원만 공항 입국장에서 차별을 받은 적이 몇 년 있었다. 다른 입국자는 모두 게이트를 그냥 통과하지만 외항선원만 크게 불러 따로 줄을 세우고 강제로 채혈을 해 인권을 유린당하였다. 출국 때는 물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무 조치나 제약이 없었다.
물론 그때야 인권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이라 누구하나 차별에 저항하지 못하고 응해야 했지만 외항선원은 모두 문란한 성관계를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의한 행정대책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아마도 지금 그때의 방식대로 줄을 세우고 채혈을 한다면 분명히 거부하고 인권탄압이라 지탄하지 않겠는가?
물론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생활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행되어야 하겠지만 각자 처한 환경에 맞추어 대책을 강구하고 보완을 해 나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
부산 감천항의 외국인 선원들의 대량 확진과 선박수리업체 직원들의 감염사태를 보면 처한 상황에 맞는 맞춤형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각종 백신이 개발되고 유의미한 임상실험의 결과들이 연일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코로나-19의 상황이 해제되리라는 희망을 그려본다. 또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모든 스포츠 행사와 각종 예술 행사 기획 공연이 자유롭게 펼쳐져 우리 일상이 폭 넓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항상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함께 해주시는 인연의 가족들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BON VOYAGE' !
※ ‘BON VOYAGE’는 뱃사람의 인사법으로 ‘안전 항해를’ 이라는 뜻과 ‘여행 잘 다녀오세요’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편집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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