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존중 의무
박영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과 보호책임을 넘어 이제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산업 발전과 함께 확대된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은 종사자인 노동자는 물론 지역사회 시민들의 일상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찍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권경영에 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역시 국제사회의 흐름에 기반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경영 가이드라인 및 체크리스트’ 발간하고 인권경영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권고는 2018년 12월부터 반영되어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인권경영 점수를 포함하면서 인권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 도시에서는 아직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오래되고 수준 낮은 슬로건을 내걸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2018년 이후 소위 ‘인권경영’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사업은 결국 ‘기업과 인권’에 대한 왜곡된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공기관 평가항목에 ‘인권’이 포함되면서 혁신도시에 입주해 있는 공공기관을 비롯한 공기업들이 허울뿐인 ‘인권경영’ 선언을 앞 다투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인권경영선언과 인권헌장을 마련하고 ‘인권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가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기업과 인권’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내부구성원들의 토론 없이 추진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본래적 의미의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라고 봅니다.
이에 울산인권운동연대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제1회 기업과 인권 울산컨퍼런스’를 개최하여 ‘기업과 인권’의 현황과 과제를 토론하고자 합니다. ‘기업과 인권’이 제기된 배경에서부터 국내의 추진현황과 울산지역의 사례를 점검할 예정입니다.
특히 ‘기업과 인권’의 확산과 실효적 이행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 기업의 역할에 이어 반드시 노동진영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이에 토론회의 한 세션을 노동진영의 고민을 담아내는 시간으로 마련하고자 준비합니다.
처음으로 개최하는 행사이기에 형식도 내용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첫째, ‘기업과 인권’의 현황을 점검하고 ‘인권경영’확산의 과제를 모색하고자 하며, 둘째, ‘기업과 인권’의 주요한 동력이자 주체인 노동조합(운동)이 어떠한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 논의의 물꼬를 틀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도시이자 노동자의 도시인 울산에서부터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벗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의미있는 도전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부설기관인 인권연구소를 통해 지난 2014년부터 ‘현대자동차 GRI 보고서 분석작업’을 전개하며 ‘기업과 인권’에 대한 사업을 지속해왔습니다. 또한 2019년 9월 24일에는 울산지역의 인권경영 실행 및 확산, 지역사회 내 인권보호?인권증진 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울산광역시, 에너지경제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한국동서발전(주),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항만공사 등 10개 기관과 함께 민?관?공 업무협약을 맺으며 ‘기업과 인권’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기업과 인권>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대로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며 ‘2020년 기업과 인권 울산컨퍼런스’를 준비합니다. 이번 행사는 2019년 <민?관?공 업무협약>에 이어 ‘시민과 함께 인권친화도시로 도약하는 울산’을 추진하기 위해 울산광역시, 국가인권위원회부산인권사무소, 한국동서발전(주)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박영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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