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30 14:32
[135호] 시선 하나 - 그래도...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5,175  

그래도...


김태근



깜깜하다.
코로나19. 정체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난리다. 이것의 끝이 어디인지? 어떤 영향을 세상에 미치게 될지 알 수 없다. 세상과 뉴스의 초점이 온통 코로나19에 집중하고 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 여전히 깜깜이다. 거대 양당의 경선 결과를 특히 울산지역의 경선 결과를 살펴보면 깜깜이 선거의 영향(?)이 느껴진다. 정치 신인들은 당내경선에서 이렇다 모두 패하고 말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유권자와의 접촉도, 이슈 파이팅을 통한 언론의 주목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코로나19 영향권 하에서 치루어질 21대 총선이 그리고 그 결과가 두렵다. 이슈와 정책이 사라진 선거가 그리고 그 결과가 두렵다.

답답하다.
소수정당 그리고 주권자들의 다양한 요구들이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로 패스트트랙의 과정 속에서 어렵게 태동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 미래통합당에 의해 만들어진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이어 민주당의 영향 하에 만들어진 더불어시민당의 논란. 그 논란 속에 상처를 주고받은 많은 사람들. 평론가들의 입방아 속에 ‘내로남불’이 얘기되는 현재의 정치 상황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1인 2표의 의미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선거구도가, 그리고 소수정당들의 뿌리가 흔들려버린 연합정당의 논란이 답답하다.

2020년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와 해법에 대해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선거판이 ‘위성 정당’을 둘러싼 코미디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 웃픈 현실의 출발이 어디인지? 분명히 복기해야 한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거대 양당의 존재 속에 허점투성이의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 자체가 문제였는지? 그리고 이의 추진을 강하게 주장한 정의당과 시민단체의 문제였는지? ‘악법도 법’이라고 평소엔 강변하다가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법엔 따를 수 없다며 위성정당을 처음 만든 미래통합당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정당의 존립기반인 독자적인 의사결정구조와 당원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위성정당에 대해 허가를 내어준 선거관리위원회의 문제였는지? 여소야대가 되면 도래할 위기를 과대 포장하며 비례연합정당의 꼼수를 부린 민주당이 문제였는지?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21대 총선 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아니 그전에 먼저 4월 15일 투표를 통해서 주권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그래도...
울산지역의 현안에 대해 함께 대응하고 있는 5개의 연대조직(울산건강연대, 울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울산에너지전환네트워크,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4·15총선혐오대응울산네트워크)들이 울산지역의 5가지 현안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총선 후보들에게 묻고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5가지 의제는 ▲울산의료원 설립, ▲경주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설치에 대해 울산시민 의견 반영, ▲지역 고용위기 대응 방안 마련, ▲기후위기 대응 방안 마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다.
코로나19 상황, 정권심판/야당심판’의 구도 중심의 선거판, 위성정당을 둘러싼 논란, 판세 분석과 후보들의 동정 위주의 보도 속에 가끔 약방의 감초 마냥 등장하는 정책에 대한 짧은 평가와 언급 등이 예측되는 선거 분위기 속에서 시민단체들의 지역 의제 선정 등을 통한 정책선거 캠페인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자신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왜 그 일을 하느냐? 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선거가 그리고 정치가 더 이상 대결과 갈등, 차별과 혐오의 분출구가 아닌 ‘갈등의 조정과 통합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램,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힘겨워하는 시민들에게 희망의 단초가 되는 메시지가 4·15 총선 과정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결국 주권자가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선거 과정이 지역의 현안과 시민의 목소리가 논의되고 토론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 관철되기 위해선 결국 내가 우리가 나서야 한다. 이 길이 우리의 삶으로부터 괴리된 여의도 정치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과정일 것이다.
21대 총선이 나의 총선, 시민의 총선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자.

※ 김태근 님은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