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2-27 17:41
[132호] 여는 글 - 20주년을 맞이하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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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맞이하며

박영철


“인류사회의 모든 사람은 … … 오늘 우리는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통해 인권을 보장받고 그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하는 활동의 첫걸음으로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창립을 선언한다.”

올해로 20년을 맞이합니다. 1999년 11월 3일 세 명의 의기투합으로 제주도민회 한 귀퉁이 책상하나를 놓고 더부살이로 시작한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던 시간들이 겹쳐지며 어느덧 20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인권운동단체로서 조금씩 울산지역의 주요 단체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20년, 그동안 우리가 인권현장을 지켜올 수 있었던 힘은 단언컨대 회원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그리고 아낌없이 보내주신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위기도 많았습니다. 인권영화제 파행으로 인해 몇 달 동안 단체 문을 걸어 닫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진심을 왜곡하는 운동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힘들고 외로운 시절도 지나왔습니다. 어느 해에는 사무실 운영비마저 부족해서 50만원도 채 안 되는 작은 활동비조차 지급하지 못해 상근자들을 절대적 빈곤으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은 사치로 여겨졌던 시절이었지요. ‘인권단체에 없는 것은 인권’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늘 달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활동한 아니 버텨온 시절을 넘어 지금은 인권연구소, 인권교육센터 등을 부설기관으로 두고 나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련의 시간과 환호의 시간을 거쳐 이제 20년, 더욱 단단하게 성장한 울산인권운동연대의 미래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해서는 당장에 우리 앞에 놓인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첫째, 인권활동가 양성과 지원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몇몇 임원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단체 운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와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통한 모두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일터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달 ‘인권재단 사람’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에서 2019년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5년 ‘인권활동가 활동비 처우 및 생활실태 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것입니다. 조사 결과는 ‘인권 없고 인간다운 삶 못사는 인권활동가’로 회자됐던 2015년의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좋은 일 하는데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활동가들의 76%가 5년 뒤에도 인권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답변했습니다.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 한다’는 것으로 자족했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맞선 명백한 사안을 넘어 ‘혐오와 차별’, ‘기업과 인권’, ‘지방정부와 인권’ 등 나날이 복잡해지는 인권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안의 다양성만큼 대응체계도 다양화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역량입니다.
인권운동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회원여러분께 동행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더불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할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앞날에도 지금과 같이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회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박영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