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1-30 15:25
[121호] 인권포커스 - 故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라!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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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라!

현미향


12월 11일 새벽 24살의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 노동자가 홀로 석탄운송설비를 점검하다 콘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하였다.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전설비인 보일러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한 콘베이어벨트를 관리하는 발전소 핵심공정의 업무였지만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한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어두운 곳에서 2인1조가 아닌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더구나 그의 유품인 고장 난 손전등, 얼룩덜룩한 수첩, 그리고 컵라면과 과자 한 봉지는 12시간 야근을 하면서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고단한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참혹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일했던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어 숨진 김 군의 죽음과 故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위험의 외주화’, 그로 인한 하청노동자의 산재사망은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7월)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5년간 산재로 사망한 하청노동자는 1,426명이었다. 매달 평균 26명의 하청노동자가 죽고 있다. 매일 한 곳 이상 사업장에서 한명 이상의 하청노동자가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2016년 산재사고사망자 중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42.5%로 매년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지는 자는 없다.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노동자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사업주에게 부과된 평균 벌금액은 고작 432만원이었다. 최근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중 유기징역을 선고 받은 건은 0.5%(5,105건 중 29건) 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자가 죽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니 인건비를 줄이고 책임까지 피할 수 있는 위험의 외주화는 그 폐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故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참한 노동현실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분노이며, ‘이윤보다 생명이다’는 가치, 무분별한 비정규직 확대 반대와 정규직 전환, 산재사망 원청 사업주에 대한 엄중한 처벌, 위험의 외주화 금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절박한 외침이고 지지이다.

그런 여론의 힘과 故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018년 연말에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일명 ‘김용균법’ 이라 이름 붙여진 법안 통과이다. 하지만 이 ‘김용균법’은 김용균 노동자와 함께 일했던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외주화 문제를 풀 수 없는 법이다.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김 군과 같은 노동자의 문제도 풀 수 없다. 울산에서 툭하면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나 플랜트 건설 하청노동자의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도 없는 법이다. 통과된 개정법의 도급금지 대상은 도금작업,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허가대상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뿐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한편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해 사업주 처벌 문제는 과연 강화되었을까?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경영계의 반발에 부딪혀 산재사망에 대해 징역1년 이상의 하한형 처벌을 도입하겠다던 조항을 삭제하였다. 결과적으로 산재사망에 대한 가중처벌은 도입되었으나 처벌의 하한형을 포기함으로서 지금까지 반복돼 온 솜방망이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나마 조금 개선된 점이 있다면 원청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 부분이다. 원?하청이 같이 일하는 사업장은 원청이 전부 책임지고, 원청이 지정?제공하는 장소인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책임을 지게 돼 앞으로 태안화력 사고와 같은 경우도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원청에게 책임을 묻는 건 가능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 개정법에 담겨져 있다. 그러기 때문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절대 ‘김용균법’이 될 수 없다.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1월 22일 故 김용균 장례식장을 서울로 옮기고 더 적극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故 김용균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화두인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24살 청년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가슴 아파한다면 함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상시업무, 생명, 안전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는 이 싸움에 기꺼이 지지와 연대로 함께 했으면 한다.

※ 현미향 님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