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노동자의 현실과 과제
한상욱
사람들은 매일 저마다의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 저마다의 출근시간은 다르지만 직장이라는 공간으로의 출근은 똑같다. 그러나 매일 출근은 하지만 직장이라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동노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대리기사, 퀵서비스기사, 배달기사, 학습지교사, 전단지 배포 노동자등 출근지가 특정되지 않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노동의 세계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사회에서의 이들은 과연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존재일까?
그동안 그들은 이사회의 노동자로 존재해 왔고 사회에서도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려 하지도 않았으며 이동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조차 자신들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불황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과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인하여 이동노동자 종사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문제점이 하나둘 수면위로 부상 하면서 최근 이동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그나마 조금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이동노동자들의 현실은 과연 어떠할까?
먼저 그들의 노동시장 구조를 살펴보면 그들이 종사하는 업종은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다. 사업주가 수수료, 요금, 각종벌금 등을 마음대로 부과하며 보험료마저 임의보험이기에 보험사와 중개업자 마음대로 보험료를 올리고 커미션이 오가는 구조이기에 노동자들은 수입의 40%이상을 업체에 뜯기고 있으며 여기에 이동경비를 포함한 일체의 비용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수입은 50%가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노동자가 일거리를 찾아 수입을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은 사업자가 일거리를 노동자에 따라 선별하여 주는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노동시간 또한 규정되어 있지 않기에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나라에서 정한 최저임금은 개념조차 없다.
이들은 장시간의 이동 및 대기시간으로 인하여 근골격계 이상, 위장질환, 관절염, 근저족막염, 스트레스 등 각종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돌연사를 당하는 노동자들도 다수 발생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자료마저 없으며 노동자들 또한 당장의 생계문제 때문에 건강문제는 생각지도 못하며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갔을 때는 대부분 중증으로 번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아직도 정부는 이들의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최근 전국민고용보헙가입이란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을 무시한 체 “전속성”이란 틀에 묶어 이동노동자들의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적용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그 또한 즉각 적용 실행이 아니기에 세부적인 계획을 두고 봐야한다. 정부의 이러한 외면 속에서 카카오를 비롯한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노동자를 묶어두기 위하여 각종 정책이란 편법으로 실질적인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동노동자 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고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의 이동노동자라는 위치는 자영업자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다. 즉 이제까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조차 기울여 주는 곳이 없었다는 말이다. 언제까지 이동노동자들은 이러한 삶을 살아가야만 할까?
정부와 자본가는 정규직,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자를 갈라놓았으며 노동자 또한 거기에 길들여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다시 말하면 노동자는 하나인데 정부와 자본가가 만들어 놓은 노동의 계급에 빠져 노동자들 스스로 분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이동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하여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와는 다르다 할지라도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가야 하며 이동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문제인 만큼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을 위하여 의식을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상욱 님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울산지부 前지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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