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블라인드
앤드루 슈툴먼 저 / 바다출판사 2020 / 정리 : 오문완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Science Blind, 말 그대로 우리가 과학맹(盲)이라는 걸 확인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라고 이끄는 책입니다.
출판사 리뷰는 “밀도, 운동량, 열, 원자, 관성, 중력, 자연선택 등 과학 개념들은 왜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었을까? 그건 모두 타고난 직관 탓이다.”라는 중간 제목(‘미다시’라는 말이 더 익숙한 분은 연식이 이미 경지에 이른 분!?)으로 시작합니다.
곧장 이어지는 본문은 이렇습니다. “달에서 반경 1미터의 납덩이와 10센티미터의 납덩이를 20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어느 쪽이 먼저 땅에 닿을까? 왠지 큰 납덩이가 먼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수세기 전에 갈릴레오가 두 납덩이는 동시에 떨어짐을 증명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직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백신반대론과 기후 변화 부정론을 펼치고 지구편평설, 창조설을 믿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타고난 직관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주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의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은 여러 심리학 실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12가지 직관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믿음이나 생각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목차를 보면 물리 현상과 생명 현상을 여섯 가지씩 소개하고 있고, 이것만 보아도 저자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찬찬이[특히 부(副)목차에 눈길을 주시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들어가며_(왜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제1부 왜 우리는 물리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제1장 물질(왜 우리는 물질의 보존을 이해하지 못하나), 제2장 에너지(형체 없는 열, 빛, 소리에 대한 오개념들), 제3장 중력(중력과 질량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제4장 운동(고갈되지 않는 기동력의 흔적들), 제5장 우주(왜 아직도 지구가 편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제6장 지구(기후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제2부 왜 우리는 생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제7장 생명(인간은 인간 중심으로만 생명을 이해한다), 제8장 성장(활력론의 끈질긴 생명력), 제9장 유전(본질론으로는 유전을 이해하기 힘들다), 제10장 질병(바이러스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직관), 제11장 적응(진화에 대한 오해의 견고한 뿌리들), 제12장 계통(창조설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
나가며_(세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
저자는 이 책을 쓴 주된 이유가 독자들, 즉 우리가 갖고 있는―과거 어린 시절에는 의식적으로 믿었고 지금은 은연중에 믿고 있는―직관적 이론들을 소개하기 위해서(338쪽)라고 합니다. 이어서 직관적 이론은 ① 지각에 바탕을 두고, ② 개별적인 물체를 바탕으로 하며, ③ 상황보다는 대상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338-339쪽)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직관적 이론은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이 협소하고, 그 설명 방식 역시 얕다고 지적합니다. 반면에 과학 이론은 과거에서 미래까지, 관찰할 수 있는 것들에서부터 관찰할 수 없는 것들까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방대한 것까지, 전체적인 인과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340쪽)고 쓰고 있습니다. 그 예를 340쪽에서 341쪽까지 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실천적인 지침을 주기도 합니다.(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울 그럴 텐데요.) 네 살짜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사에 관한 두 가지 지침서(지시형 지침서와 활력론 지침서) 중 하나를 제공했답니다. 지시형 지침서는 “지방이 많은 음식은 매일 먹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식이고, 활력론 지침서는 “지방이 많은 음식은 성장을 돕는 비타민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방식입니다. 아이들은 이 두 지침서 모두 숙지하는 데 동일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어떤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결정하는 도움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정작 효과가 있었던 건 활력론 지침서만이랍니다.(213-214쪽)
심리학자 세라 그립쇼버 등은 유치원생들에게 다음의 다섯 가지 활력론의 원리를 가르쳤다네요. “① 사람은 단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② 같은 종류의 음식은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③ 음식은 영양소라는 미세한 성분을 지닌다. ④ 이 영양소들은 우리의 배 속에서 음식으로부터 추출된 후 피를 통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리고 ⑤ 영양소는 달리기와 등산과 같이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활동에서부터 생각하고 글 쓰는 것과 같은 활동까지 모든 생물학적 활동들에 필요하다.” 아이들이 이런 원리들을 배우면 그들의 식습관도 덩달아 바뀐답니다.(218쪽)
6장 ‘지구’에서는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따져봤더니 교통수단이 14퍼센트이고 쓰레기는 4퍼센트인데도 우리는 교통 문제(대중교통 이용 또는 항공여행 최소화)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쓰레기 문재(소비 절감 또는 재활용 확대)를 해결하는 데 더 신경 쓴답니다. 이유인즉슨 교통 습관을 변화시킬 때 수반되는 희생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휴지통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하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165-166쪽)는 거죠. 반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물론 과학의 이름으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건 문제지요. 책에서도 진화론과 관련해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얘기합니다.(286쪽) 이 책에서는 얘기하지 않고 있지만 다윈은 자신의 이론을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라고 주장했지 진화(evolution)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책을 팔 욕심에 2판부터는 진화론이라고 바꿨고 그 후 엄청나게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다윈의 우려대로 사회진화론이라는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 등장하고 이게 우생학(eugenics)으로 발전, 히틀러(나치)가 유태인과 동성애자, 정신질환자 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게 만든 근거가 된 건 우리도 잘 아는 얘기지요.
사족(蛇足) 삼아 저자는 한국을 잘 알지 못하면서 우리 얘기를 한 게 눈에 거슬리네요. 210쪽에서 문화적 금기사항을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은 김치라는 형태로 발효된 배추를 먹지만 발효된 우유는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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