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30 15:55
[142호] 시선 하나 - 코로나19 시민증언대회 생방송을 준비하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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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민증언대회 생방송을 준비하며

손가득


현재 울산에서는 울산의 다양한 시민사회, 진보 단위가 모여 ‘코로나19 울산비상행동’이라는 조직을 구성하였고, 코로나19에 대한 울산시의 발 빠른 대응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울산비상행동은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재난 피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코로나19 시민증언대회>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생중계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생방송 당일 아침부터 몇몇 패널들과 스텝들은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로 모여 생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영상 미디어의 세계에 문외한이었던 저는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세팅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눈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방송을 위해 도움을 주신 김교학 님의 말씀도 제게 조금은 울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시민단체의 활동가들도 영상 미디어에 관한 교육을 받고 이를 활용하여 시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교육에 저도 작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크지 않은 체형의 김교학 님은 그 체구보다 열 배는 더 커 보이는 열정을 가지고 생방송 준비에 임해주셨습니다. 저도 옆에서 여러 가지 촬영 장비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비가 세팅되는 와중에 시간은 흘러 모든 패널이 도착하였고 방송 준비도 막바지로 가고 있었습니다. 리허설을 하기 위해 패널들을 모두 모시고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비로소 실제 방송을 하듯이 촬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리허설에서 음향이 송출되지 않는 문제를 확인하였습니다. 미디어센터 직원분으로 보이는 분과 여러 스텝들은 생방송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생방송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영상은 준비한 대로 잘 송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음향이었습니다. 패널들의 목소리가 하나도 송출되지 않았습니다. 핀 마이크나 무선 수신기 등의 음향 장비가 문제인지 확인해봤지만 그 장비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다들 초조해졌습니다. 혹시나 해서 음향을 인터넷으로 송출할 때 쓰이는 중요한 장비 하나를 교체하여 작동시켜보니 그제서야 송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체한 장비로는 원활한 생방송에 무리가 있어 무엇이 문제인지 빠르게 확인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생방송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생방송은 불가능했지만 녹화 방송은 충분히 가능했기에 센터에 모인 패널들과 스텝들은 영상 촬영 후 편집하여 배포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쉽지 않은 시도였고 또 좋은 기회였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생방송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다음 생방송 시도에서 똑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기록해둔 것임을 밝힙니다. 짧은 시간 어깨너머로 접한 방송 촬영에 관한 내용이라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상매체는 영상과 음향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일 카메라가 한 대뿐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송출되는 방식과 비슷한 포맷으로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각 패널별로 카메라와 마이크가 준비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대의 카메라와 마이크로 영상 촬영을 할 경우, 생방송으로 송출이 되는 방식과 녹화촬영 방식은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하며 결론적으로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습니다.

생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녹화촬영에 필요한 카메라와 마이크 외에 몇 가지 준비가 더 필요했습니다. 카메라의 영상을 송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위처’라는 장비와 음향을 송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오디오 믹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오디오 믹서는 원래 스피커와 연결하여 음향을 출력하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믹서는 USB 케이블을 통해 컴퓨터와 연결하여 아날로그 소스를 디지털로 바꿔 녹음을 하거나 송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문제는 이 오디오 믹서와 컴퓨터가 연결이 안 되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오디오 믹서와 컴퓨터의 연결 실패의 원인을 오디오 믹서와 컴퓨터의 USB 규격이 맞지 않아 호환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용하려고 했던 오디오 믹서는 USB 2.0에서 사용 가능한 것이 확인되었으나 USB 3.0의 환경에서는 작동 확인이 안 된 상황이었습니다.
USB 2.0과 3.0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 전송 속도이며, USB 3.0은 2.0에 비해 10배 정도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입니다. 또한 USB 3.0이 웬만한 경우에는 USB 2.0과 호환이 되도록 개발되었지만 사용 장비에 따라 호환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송출 장비였던 김교학 님의 노트북은 모든 USB 슬롯이 USB 3.0으로 구성되어 있어 원래 사용하려고 했던 오디오 믹서를 어떤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없었던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코로나19 시민증언대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녹화 촬영한 영상은 김교학 님의 편집으로 배포되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후에 다시 생방송을 시도하게 된다면 하루 전날부터 방송할 장소에 미리 모든 장비를 세팅해두고 인터넷 송출까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이 원활하게 전송될 만큼 인터넷 환경이 발달한 지금, 김교학 님의 말씀처럼 시민운동도 영상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여야 하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 활동가들도 이와 같은 전환점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시점일 것입니다.


※ 손가득 님은 울산시민연대 상근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