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31 19:27
[139호] 시선 하나 - [인국공 사태를 바라보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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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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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를 바라보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말해야 한다.
김창원
“인천공항에서 알바 하다가 정규직 됨. 연봉 5,000만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6월 21일 보안검색요원 연내 직접고용 계획을 발표하자 나돌기 시작한 말이다. 이 말은 불공정 논란의 불씨가 되어 일명 ‘인국공 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다. 발원지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픈 카톡방’이었다.
# 외주화의 바람
1990년대 중반, 청소?식당 노동자들에 대한 외주화가 조금씩 진행된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무관심했다. 1998년 2월 노사정위원회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정리해고제 도입에 합의한다. 2단계 비정규직화의 시작이다. 그해 5월 정리해고의 첫 파고는 울산 현대자동차 구내식당 노동자 등 277명에게 들이닥쳤다. 이어서 통근버스 기사, 경비 등으로 소속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약한 고리가 가정 먼저 잘려나간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 산업계는 외주화의 시대를 맞이한다. 민간?공공 부문 가리지 않고 외주화가 진행된다. 민영화를 통한 변형도 이루어진다. ‘한전가족’이었던 ‘한전산업개발’노동자들은 민영화와 동시에 ‘한전’과의 원하청 주종관계로 변화된다.
‘핵심 이외에는 다 외주화 한다.’는 논리가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갔지만 무엇이 핵심이냐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51.8%였다. 같은 일을 시키고도 임금은 절반만 지급한 셈이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자들의 야유와 환호
일명 ‘인국공’사태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정규직 전환 이전 2100명의 보안검색요원은 교대근무를 하고 연봉 약 3,300만원을 받았다. 전체의 13%를 차지하는 1400명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8,800만원이다. 정규직의 노동시간은 비정규직의 75%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연봉은 비정규직의 2.5배에 달한다.
‘일에 대한 적절한 대가는 얼마인가?’라는 질문이 무색해진다. 어느 회사 소속인가에 의해 임금이 달라진다. 임금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로 받는 보수’다.
근로기준법 제2조 5항은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근로의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은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동일한 근로의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은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이에 대하여 외면해왔다. 노동계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목소리는 큰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목소리는 사그러든지 오래다. ‘일에 대한 적절한 대가가 얼마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두고 직접고용 규모와 채용방식에 대해 두 곳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해 11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직접고용대상은 전체 정규직화 대상의 9%(854명)라고 한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는 직접고용 대상을 최소 3000명 안을 제시했다. 채용방식에 대해 능률협회는 ‘공개채용’을, 연구소는 ‘고용승계’원칙을 내놨다. 공청회장을 가득채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발표내용에 따라 환호와 야유를 보냈다.
# 또 다른 이름, 자회사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도 갑을관계와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해 공공부문 자회사를 전수 조사한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모회사에서 매출전액이 발생하는 종속적 관계인 자회사가 대부분이었고 한다. 설립근거가 법령이나 모회사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은 곳도 30% 이상이었다. 경영?인사권침해나 부당한 업무지시가 가능한 불공정한 계약 조항이 있는 곳도 다수였다.
자회사의 수익은 원청의 도급금액에 의존한다. 독립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용역업체와 같은 구조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목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2017년 7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지난해 12월말까지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노동자 노동자는 17만4000명이다. 이중 4만1000명(23.6%)이 자회사 소속이다. 파견?용역 노동자를 따로 분류하면 약 40%에 이른다.
# 청년들의 목소리, 정규직
지난 7월 9일 한국청년연대, 청년전태일, 진보당 등이 주최한 긴급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서는 ‘정규직화’가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발전소 하청노동자 정00(34)씨는 “김용균씨의 사고 이후에도 2인1조 업무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고, 안전감독도 소홀하다”라며 비정규직의 노동환경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하철 ‘구의역 김군’사고 이후 서울교통공사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임00(37)씨는 2017년 정규직 전환 때 “개나 소나 다 전환해주다가 지하철 노숙자도 정규직 하겠다.”, “로또만 바라는 무기충(무기계약직)”이라는 글이 매일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며,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의 말들에 분노했다.
정씨는 “‘왜 꼭 정규직이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다치거나 죽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책임지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질문,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왜 우리는 정규직을 이토록 외쳐야 하는 것일까? 정규직의 외침에 자회사를 통한 편법 정규직으로 대응하는 현실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가 되면 노동환경은 개선되는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는 송명숙 진보당 대표의 지적을 받아들여, 정부가 제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시 우리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차별받아도 된다는 사고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정규직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 자체가 갈등의 원인이 아닐까?
1971년 여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사회적 역할과 소속집단이 개인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리학 실험이 진행되었다. 2주간의 계획으로 진행된 이 실험은 6일째 중단된다.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간수와 죄수 역할을 맡기고 진행된 실험에서 간수 역할자들의 폭력적 행위와 죄수 역할자들의 심리적 충격 때문이었다. 사람이 소속집단의 구분에 따라 얼마나 차별을 쉽게 받아들이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실험이었다.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회사에 필요한 인력이라면 고용기간에 관계없이 모두 회사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급속한 산업의 변화 속에 기업의 생존이 유한함을 인정한다면 노동의 탄력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되지 않을까? 회사의 차이가 차별의 원인이라면 회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 짖는 방식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회사가 자회사이기 때문에 차별적 대우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동일노동이라면 동일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회사의 필요에 의해 단기고용이 요구된다면 단기고용노동자에 대하여는 임금이 더 지급되어야 한다. 장기고용계약 노동자에게 ‘안정’이라는 이익이 있다면, 단기고용계약 노동자에겐 ‘고임금’이라는 이익을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회사는 자체사정(긴급물량확대 등)에 의해 단기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모회사, 자회사, 용역업체가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문제 해결의 책임을 떠넘기지 못하게 근본을 바꿔야 한다.
우선하여 독일의 ‘임금공개법’ 도입에 나서보자. 2017년 3월 독일 의회에서는 ‘임금공개법’이 통과된다. 노동자 200명 이상인 기업은 직원이 요청할 경우 임금구조에 관한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 500명 이상인 기업은 성별, 인종 등과 관계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고 있음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인국공사태를 바라보며 과정의 공정성 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기를 기대해본다.
※ 김창원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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