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시민위원회는 무엇이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배미란
최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사건과 관련하여,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주목을 끌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심의하는 제도를 말하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예규 제915호, 2017. 12. 15. 제정 2018. 1. 2. 시행, 이하 “운영지침”이라 함)을 바탕으로 2018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도입 당시의 검찰총장의 인터뷰나 운영지침 상의 심의대상을 살펴볼 때, 이는 검찰이 필요한 경우에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에 따른 판단을 함으로써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 하겠다. 이에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심의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게 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고, 검찰총장은 이에 응하거나 또는 직권으로 위원회를 소집하여 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그런데 신문기사 등을 통해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 제도는 검찰 측에 의한 소집은 물론 고소인, 피해자, 피고인 등 사건관계인에 의한 소집 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신문기사 등을 꼼꼼히 읽어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서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에 의한 부의심의위원회의 부의 의결이 필요하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부의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부의 의결이 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현안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검찰심의위원회’는 또 무엇인가. 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예규 제965호, 2018. 9. 20. 일부 개정·시행, 이하 ‘시민위원회 운영지침’이라 함) 제1조에 따르면,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여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 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고 한다.
물론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지 못한 필자의 탓이 가장 크기는 하나, 이쯤 되면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두 위원회가 뭔가 두서없이 마련된 탓에 읽으시는 분들이 혼란을 느끼실 듯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리를 하자면, 대한민국 검찰의 기소독점에 대한 우려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리하여 검찰수사심의위원회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10년에 대한민국 검찰시민위원회가 마련되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대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는 달리, 고등검찰청 및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위원회이다.
그리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두고 있는 반면, 검찰시민위원회는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을 갖춘 일반 시민’이 위원으로 위촉되며, 위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역 사회의 각 분야로부터 위원으로 위촉될 사람을 추천받거나 공개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그리고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시민위원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자문단을 함께 둘 수 있다.
즉, 검찰수사의 절차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주로 전문가적 입장이 반영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보다는 검찰시민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시민위원회는 그 이름이 검찰‘시민’위원회 임에도 ‘시민’이 아닌 ‘검찰’ 주도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방검찰청 등의 장이 위원회의 장이나 위원을 위촉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공소제기의 적정성 등을 논하는 사건 심의의 요청을 할 수 있는 자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의 사건관계인이 아닌 검사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만 봐도 그러하다.
다행히 이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도입으로 고소인 등 사건관계자의 경우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심의 신청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또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은 이러한 경우에 검찰시민위원회의 역할이 앞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현안을 심의하는 것이 아닌, 해당 사건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점과 이때의 부의심의위원회는 고검 위원회의 위원이 담당한다는 점이다. 물론 고검 위원회의 경우에도 시민위원이기는 하나, 다만 변호사 또는 법무사를 고검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검 위원회보다는 전문가 주도적인 분위기에서 심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검찰시민위원회가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 것인가. 생각건대, 일단 검찰시민위원회의 도입취지와 목적을 고려할 때, 해당 위원회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권리는 다양한 권리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권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그래서 수사기관에 의한 고지의무를 명문의 규정으로 마련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시민들이 원하는 만큼 접근할 수 없거나 소수의 시민과 검찰이 주도하여 시민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도입으로 고소인 등 사건관계자의 경우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심의 신청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서만 여러 사항을 심의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동 운영지침 제3조 제1항) 실제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검찰시민위원회의 단계에서 검사가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때에도 검찰의 의사는 물론 사건관계인의 의사도 함께 고려하여 요청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따라서 검찰시민위원회의 단계에서도 사건관계인의 신청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이 모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닮은 듯 다른 두 위원회가 각각 의미 있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양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관계정리를 하여야 한다. 양 위원회의 공통점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 도출 과정에서 국민과 전문가 등 비검찰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검찰시민위원회는 주로 국민의 의견을, 검찰수사위원회는 주로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기 쉽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검찰시민위원회를 현재처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부의심의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형사소송에서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불복절차로서 항고나 재항고, 재정신청 등과 같이 해당 사건에 대한 검사나 사건관계인의 요청에 따른 심의, 재심의 위원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 배미란 님은 울산대 법학과 교수이며,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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